전세 낀 집을 매매할 때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는지, 안 했는지, 아니면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본인 소유의 경기 의왕 아파트 매매 계약을 9억 2,000만원에 체결했으나, 새 집주인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잔금 납부와 등기 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기존 세입자가 당초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하자 계속 거주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15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와 같이 전세 낀 집의 계약을 할 때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는지 여부와 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고 이사를 나가기로 했는지 등 정보를 명확하게 표기하도록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을 고칠 예정이다.
정부는 전세 낀 집의 매매 계약이 추진될 때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후 번복하지 못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세입자의 말을 믿고 계약을 진행한 집주인과 매수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세입자는 자신의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도 들어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매매 계약서가 작성된 이후에 뒤늦게 생각을 바꾸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당시 명확하게 계약갱신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눌러앉으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국토부는 이르면 내주 중에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기재하도록 안내했다. 설명서에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 란이 있는데,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관련한 내용을 적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