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착오 어선 'NLL월선'...군·해경 제지 없었다

남측 어선이 지난 17일 항로착오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뒤 복귀한 일이 발생한 가운데 해양경찰의 무대응과 군의 늑장 조치가 드러나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군에 따르면 길이 10m, 4.5톤의 어물운반선인 ‘광성3호’가 군의 레이더 감시 장비에 최초 포착된 것은 지난 17일 낮12시45분께 우도 서남방 6.5㎞ 지점에서다. 당시 이미 서해 조업한계선(NLL 이남 10해리, 18.52㎞ 해상)을 약 7.4㎞(약 4해리) 통과한 뒤였다.

통상 어선이 조업한계선을 넘으면 해경이 이를 제지·차단하거나 군에 즉각 공조 요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해경은 이처럼 1차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해경으로부터 공조 요청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역시 초동 대응에 또 한 번 허점을 드러냈다. 군은 최초 포착 당시에는 즉각 조처하지 않다가 9분 뒤인 낮12시54분께 레이더에 또 한 번 포착되자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통해 남측 어선 광성3호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12시56분께 무선망과 어선공통망 등을 통해 광성3호를 향해 50여회 이상 호출하고 남하할 것을 지시했다. 군이 광성3호를 최초 포착한 지 11분 만에 이뤄진 첫 조치다.



군은 이후 인근에 계류 중이던 고속정 1척과 대잠고속정(RIB) 2척도 현장에 투입했다. 그럼에도 광성3호는 군의 남하 지시 호출 등에 반응하지 않다가 오후1시께 NLL을 월선했다.

군 관계자는 “광명3호에 호출을 50여차례 이상 했는데 못 알아들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승선 검색을 했는데 통신기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광성3호는 NLL 북방 약 3.7㎞(2해리) 내외까지 북상해 10분가량 북측 해역에 머물다가 NLL 이남으로 복귀했다. 이는 군의 호출 등에 반응한 게 아니라 한국인 선장이 외부에서 위성항법장치(GPS)를 확인한 후 선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복귀한 것이다.

해경 조사에서 외국인 선원들은 전원 GPS를 볼 줄 모르고 항로를 착각했다고 진술했다.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해경의 1차 제지가 왜 없었는지, 또 외국인들만 놔둔 채 항행을 하도록 한 당시 한국인 선장의 조치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군은 어선이 NLL 이남으로 복귀한 후 당일 국제상선망을 통해 북측에 ‘우리 측 어선이 항로 착오로 NLL을 넘었다가 복귀했다’는 취지로 통보했다. 당시 북한의 특별한 동향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