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계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바이든 대선캠프는 ‘바이든 행정부’를 준비하는 로비스트들로 북적이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경제성과를 앞세우며 지지를 호소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다급해져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막말 공세’로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플로리다 등 6개 경합주의 막판 표심과 22일 진행되는 마지막 TV토론회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최후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경제학자는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백악관을 싹쓸이하면 (연방정부) 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미국의 경기부양에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인프라 확충 및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2조달러(약 2,279조원) 규모의 투자 △보육 및 교육 지출 등 3단계 부양안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바이든 후보의 증세 정책으로 늘어난 세수가 신규 부양을 위한 밑거름이 돼 증세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며 바이든 후보의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일부 로비스트들은 이미 ‘바이든 행정부’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CNBC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몇 주간 로비스트들이 바이든 캠프의 레트 버틀 국내기업고문 등과 만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화상회의와 전화통화 등으로 바이든 후보의 정책과 당선 시 입각계획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親)공화당 성향의 로비스트들도 바빠졌다. 전직 로비스트인 토니 포데스타는 “거의 모든 공화당 (로비) 회사들이 바이든 후보와 연계된 민주당 인사를 절박하게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경합주에서 줄어들고 있는 지지율 격차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초조해하는 이유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6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지난 13일 5%포인트를 기록한 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치분석기관 3곳이 산출한 지지율을 합산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무난히 확보할 선거인단은 226명으로 트럼프 대통령(125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가져갈 경우의 수 역시 104개로 트럼프 대통령(64개)보다 많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대표적 경합주인 플로리다의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투표소 앞에는 긴 대기행렬이 이어져 뜨거운 참여 열기가 확인됐다. 사전투표는 통상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흑인과 히스패닉의 투표율을 높여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은 전방위적인 막말 공세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참모와의 전화회의에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 대해 “재앙(disaster)”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애리조나주에서 진행한 유세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우크라이나 관련 스캔들을 언급하며 “그(바이든)는 범죄자다. 그것을 보도하지 않는 당신(기자)들도 범죄자”라고 비난했다. 특히 CNN은 코로나19 사태를 연일 과장하고 있다며 “바보 자식들”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 공세는 마지막 TV토론에서는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토론을 주최하는 대선토론위원회(CDP)는 22일 열리는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2분 동안 상대 후보의 마이크를 끄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90분간 열렸던 1차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71번, 바이든 후보는 22번 상대방의 말에 끼어들어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토론으로 지지율 역전을 노리는 트럼프 대선캠프의 팀 머토프 대변인은 “CDP가 경기 도중 골대를 이동하고 규칙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