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쿨존서 사고 낸 운전자, '무죄' 판결 근거는

10세 아동 들이받아 전치 8주 상해...민식이법 불구 무죄 판결

시속 28㎞ 주행 중 0.7초만의 사고에 "운전자 과실 인정 무리"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자동차로 아동을 다치게 했더라도 운전자가 안전운전의 의무를 다했거나 사고가 불가피했다면 무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20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도로의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다가 승용차로 B(10)양을 들이받아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법정에 섰다. B양은 A씨 반대 방향 도로에 정차해 있던 차 뒷좌석에서 내려 도로를 횡단하다가 A씨 승용차와 부딪혔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여서 민식이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블랙박스 영상을 세심히 분석한 결과 A씨가 무죄라는 결론을 내렸다. 운전자가 B양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도저히 멈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서에 따르면 B양이 A씨 차량 블랙박스에 출현한 시점부터 충돌 시점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0.7초다.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인 이른바 ‘공주시간(통상 1초)’보다 짧다. 당시 승용차의 속도는 시속 28.8㎞로 제한속도(시속 30㎞) 이하였으며 0.7초 동안 A씨의 차량이 이동한 거리는 약 5.6m였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식 가능한 시점부터 충돌 시점까지의 시간이 공주시간보다 짧은 0.7초로, 피고인으로서는 아무리 빨리 피해자의 존재를 인식했더라도 충돌 시점까지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이의 존재를 전혀 인식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나올 것까지 예상하면서 시속 30㎞의 제한속도보다 현저히 낮게 서행해야 한다거나, 어린이가 갑자기 나올 수도 있을, 시야에 제한이 있는 모든 장소마다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교통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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