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부캐·덕후·찐은 일상 언어....재갈 물리면 곤란"

한국PD연합회, 방심위 법정제재 논의에 항의성명

방심위에서 법정 제재 논의까지 가는 신조어 중 ‘부캐’의 사용을 대중화한 MBC ‘놀면 뭐하니’방심위에서 법정 제재 논의까지 가는 신조어 중 ‘부캐’의 사용을 대중화한 MBC ‘놀면 뭐하니’



한국PD연합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조어·인터넷용어를 자막으로 쓰는 데 대해 법정제재를 논의하는 것과 관련해 “일상 언어에 재갈을 물리는 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한국PD연합회는 26일 ‘예능 프로그램의 언어에 법정제재를 가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 이같이 밝혔다. 연합회는 “욕설, 비속어, 혐오 표현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에 법정 제재를 가하려는 방심위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본회의에서 불행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방심위 방송심의소위는 지난 21일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TV ‘놀면 뭐하니?’, SBS TV ‘박장데소’, 채널A ‘도시어부’, JTBC ‘장르만 코미디’,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의 법정제재 안건을 전체회의에 올린 바 있다. 신조어와 인터넷 용어를 자막으로 사용하여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고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한다는 게 결정의 이유다. 문제가 된 자막들은 ‘덕후’, ‘찐 성덕’, ‘소장템’, ‘HIP한 데이트’, ‘빵덕’, ‘부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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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PD연합회는 “문제 된 자막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들”이라며 “현실에서 사용하는 살아 있는 말들을 배제한 채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심위가 법정 제재를 강행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웃지 못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회는 “신조어나 합성어가 우리말 체계를 교란하고 언어 생태계를 붕괴시킬 거란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이번에 제재 대상에 오른 ‘덕후’, ‘핵인싸’ 같은 단어도 국어학회는 새로운 단어로 인정하여 국어사전에 올린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젊은이들의 언어를 수용한 결과 나이 든 세대가 이해하기 곤란할 정도라면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으니 권고하고 의견을 제시하여 긴장을 유지하게 해 주는 정도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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