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기록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130원마저 붕괴됐다. 갈수록 커지는 환율 변동성에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5원20전 내린 1,127원7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120원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해 3월21일(1,127원70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원90전 내린 1,130원으로 개장한 뒤 곧바로 1,120원대로 진입했다. 장중 1,130원대를 일시 회복했으나 이내 1,120원대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1,131원90전까지 떨어진 뒤 외환당국 구두개입의 영향으로 이틀 동안 1원 상승에 그치는 등 보합세를 보였다. 하지만 독일이 발표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8.0으로 당초 예상치인 55.0을 넘어서면서 유로화 강세가 나타났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화도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날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19기 5차 전체회의(19기 5중 전회)는 위안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은 5중 전회에서 향후 5년간의 경제계획 초안을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5중전회에서 내수와 수출의 양방향 순환을 촉진하는 ‘쌍순환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안화 절상 흐름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지금과 같은 하락 폭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160~1,17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던 환율은 12일 1,150원에 이어 20일 1,140원 밑으로 떨어진 뒤 결국 1,130원마저 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에 대한 영향도 점차 우려된다. 환율 급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달러 약세로 경쟁국 통화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환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라는 악재보다 미 대선, 경기부양책, 위안화 강세 등이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정부가 원·달러 환율 1,120원대를 용인할지, 혹은 개입을 통해 1,130원을 방어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