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는 것은 미국 대통령선거의 불확실성과 코로나19 재확산 탓도 있지만 주식 양도소득세의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 강화 이슈가 매수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양도세 강화로 연말 매물폭탄이 나올 것을 우려해 개인투자자들이 서둘러 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양도세 이슈가 불거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증시 주변에서는 양도세 강화 조치를 강행할 경우 연말에 최대 15조원 규모의 매물 홍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합일된 양도세 기준을 찾지 못한 채 샅바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에 따른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정부안을 강행할 뜻을 고수했다. 결국 정책 결정의 바통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당은 그나마 양도세 과세 대상을 기존대로 10억원으로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지만 여당은 공통분모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하자는 강경론부터 요건을 강화하되 3억원이 아닌 5억원으로 하자는 절충 방안, 유예하자는 의견들이 맞서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여야가 따로국밥이 되는 사이 시장의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금융시장의 가장 큰 적(敵)이 불확실성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방조하는 수준을 넘어 도리어 증폭시키고 있다. 시장 냉각을 막으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공매도 제한 조치를 연장하게 했는데도 양도세 강화가 이보다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것을 알면서 세수 확보를 위해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이제 국회가 나서는 길밖에 없다. 여당은 당정협의에서 통일된 방안을 찾되 정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야당과의 논의를 통해 조기에 기준을 확정해야 한다. 연말까지 시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정책 결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 시장 흐름을 지켜보면서 논의에 나서겠다는 발상이야말로 무책임한 행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국민들의 아우성이 한계에 달하고 시장이 망가진 뒤에야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