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궁근종(7㎝ 이상) 때문에 한때 결혼을 망설였던 대전의 김효선(30)씨는 무사히 아기를 출산한 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검진차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자궁에 여러 개의 큰 혹(근종)이 있어 이대로 진행되면 자궁이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종이 없는 자궁은 임신 전 4~5㎝ 크기인데 김씨는 2015년 자궁 안에 최대 1~5㎝ 크기의 근종이 여러 개 발견됐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큰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아보자는 어머니의 권유로 김씨는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하중규 교수를 찾았다. 산부인과로 시작한 병원이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하 교수의 전문 분야가 ‘부인종양학’으로 소개돼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하 교수가 “나는 자궁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마음이 다소 놓였다.
미혼 여성의 경우 임신·출산 전 자궁의 두께가 얇아지고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약물치료 등과 추적관찰을 하며 수술은 가급적 출산 이후로 미룬다. 하지만 김씨의 자궁근종 중 큰 것은 7㎝ 안팎까지 커져만 갔다. 이런 추세라면 수정란이 착상할 공간이 부족해 임신이 어렵고,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근종이 더 빨리 커져 조산하거나 분만 중 자궁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결국 하 교수로부터 2017년 4월 대전·충청 지역 최초로 수술 로봇(로봇수술기)으로 거대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근종이 자궁 뒤쪽에 있어 복강경 수술로는 시야 확보가 어렵고, 정교한 수술이 필요한 데다 미혼이어서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 교수는 “근종을 제거하고 남은 자궁이 출산 때까지 파열되지 않게 하려면 내막층·근층·장막층끼리 잘 맞춰 세겹으로 튼튼하게 꿰매야 한다”며 “수술 로봇은 복강경에 비해 ‘손목 관절’이 있어서 꿰매는 동작이 훨씬 자유롭고, 봉합사를 당기는 힘이 좋고, 수술부위를 10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어 정교한 수술, 근종 개수가 많은 수술에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과가 좋아 자궁근종 때문에 임신 유지와 안전한 출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결혼을 망설였던 김씨는 지난해 결혼했다. 이어 자연임신에 성공해 최근 제왕절개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하 교수는 “거대 자궁근종 환자의 출산 성공률은 10%가 안 되는데 의사의 판단과 결정을 믿고 잘 따라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김씨를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