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차등감자냐 균등감자냐'...아시아나 자본잠식에 고민커진 산은

자본잠식률 50% 웃돌아 관리종목 지정 위기

차등감자하면 산은이 손실 모두 떠안아야

균등감자로 구조조정 실패 책임 떠넘길 가능성도

4,400억 영구채 발행으로 급한불 먼저 끌듯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모습. /연합뉴스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모습. /연합뉴스


자본잠식에 빠진 아시아나항공(020560)을 두고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4분기 적자가 전망되는 가운데 자본잠식률이 높아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연말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산은이 감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차등감자를 단행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3·4분기 2,092억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상반기 까지 6,332억원(누적 기준)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연말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8,903억원으로 지난해(8,179억원) 보다 적자 폭이 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4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던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은 더 커졌다. 지난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6.3%에 달한다. 자본금을 까먹는 당기순손실 폭이 커지면 자본잠식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이 자본잠식률을 50% 밑으로 내리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또 연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자본잠식률이 2년 이상 지속될 경우 해당 기업은 상장 폐지된다.

감자 단행에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자란 부실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 수단으로 감자되는 주식 수 만큼의 감자 차익을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잠식 계산에서 분모가 되는 자본금도 줄어들지만 감자 차익을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결손금도 이 감자 차익으로 메울 수 있다.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들이 감자를 활용하는 이유다.


관건은 감자 방식이다. 통상 부실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차등감자를 선택한다.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감자 비율을 달리 하는 방식이다. 2010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돌입했던 금호산업이 좋은 예다. 당시 산은 등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 등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100대1로, 금호석유화학 등 소액주주와 채권단 지분을 6대1로 차등감자 한 바 있다. 대주주에겐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동시에 채권단의 지배력을 높여 기업을 정상화하려는 게 차등감자의 목적이다.

관련기사



문제는 차등감자를 할 경우 모든 위험을 사실상 산은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의 ‘관계기업’이다. 종속기업 관계라고 하면 차등감자를 하더라도 모회사가 보유 주식의 평가손실을 당장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관계기업일 경우 대주주는 차등감자로 인한 보유 주식의 손상가치를 재무상태표 자본계정에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해야 한다. 차등감자를 하게 되면 금호산업과 그 연결 실체인 금호고속의 자본금이 줄어들고, 나아가 그만큼 부채비율이 치솟게 되는 것이다. 금호고속이 부실에 빠지면 산은이 지원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4,000억원도 회수가 어렵게 되는 셈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BIS자기자본비율에도 직격탄이 된다.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주식과 박삼구 회장 보유 금호고속 보유 주식의 담보가치가 하락하기 때문.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된 2019년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이들 주식을 담보로 잡은 바 있다. 차등감자로 이들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산은과 수은은 그만큼 충당부채를 쌓아야 한다.

결국 산은이 균등감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균등감자는 감자 비율만큼 기준주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주식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4,000원인데 5대1로 균등감자를 한다고 하면 기준 주가는 2만원이 된다. 감자 결정 이후 주식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주식의 시가가 떨어지지만 않는다고만 가정하면, 균등감자는 모두가 ‘윈윈’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균등감자를 할 경우 국책은행인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의 실패를 소액주주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당장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 반발에 부닥치게 된다. 통상 감자가 결정된 기업의 경우 주가가 추락하기 때문에 실제론 소액주주의 피해가 크다. 균등감자 방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다. 금호석유화학도 배임 등을 피하기 위해선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당장 산은이 감자 방식을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이미 영구채 발행이라는 ‘미봉책’을 세워놓은 상황. 지난 19일 기안기금운용심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엔 4,4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를 인수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연내 이 계획을 실행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피해갈 수 있고, 감자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시한도 내년으로 미룰 수 있게 된다.


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