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크게 꺾였던 성장률이 수출 회복에 힘입어 3·4분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기상 악화 영향 등으로 민간소비 뿐 아니라 건설투자마저 뒷걸음질 치면서 ‘V자 반등’에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전기 대비 1.9%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전기 대비 성장률 기준으로 2010년 1·4분기(2.0%)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4분기(-1.3%)와 2·4분기(-3.2%)에 2분기 연속 역성장한 만큼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국내외 전망치 1.3~1.4%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며 수출이 되살아난 영향이다. 수출은 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15.6% 증가하면서 1986년 1·4분기(18.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 역시 전기 대비 4.9% 늘었다.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지난 2·4분기 -4.1%포인트에서 3.7%포인트로 대폭 개선됐다.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 감소하면서 고꾸라졌다. 지난 2·4분기 민간소비에 영향을 줬던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진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다시 민간소비가 위축된 것이다. 여기에 사상 최장기간 지속된 장마와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도 겹쳤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이 0.4~0.5%포인트, 기상여건이 0.1~0.2%포인트씩 각각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추산했다.
건설투자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전기 대비 7.8% 감소하면서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1·4분기(-9.6%)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역시 기상여건 악화로 조업일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영향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경제활동별로 살펴보면 건설업 감소폭이 확대됐으나 제조업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서비스업도 증가 전환한 모습이다. 제조업은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중심으로 늘면서 7.6% 증가했다. 서비스업도 의료·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금융 및 보험업이 늘어 0.7% 증가한 모습이다. 반면 전기가스수도사업은 전기업을 중심으로 7.4% 줄었고, 건설업도 5.5% 감소했다.
한은은 올해 첫 성장률 회복에도 V자 반등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019년 1·4분기 GDP를 1로 봤을 때 올해 3·4분기 GDP가 반등한 것은 맞지만, 2019년 4·4분기 수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이전 성장 추세선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V자 반등으로 보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V자 반등이라고 말하려면 일반적으로 이전 성장 추세선을 따라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수출은 크게 반등해서 지난해 4·4분기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치인 -1.3%에 도달하려면 4·4분기에 0.0~0.4%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고 봤다. 당초 연간 성장률 -1.3%가 나오려면 3·4분기와 4·4분기에 각각 1%대 중반대를 기록해야 한다고 봤는데 3·4분기에 높은 수치가 나왔기 때문에 상향 수정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등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이를 보수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조사국 전망치 범위 안에 있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