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쪼개기’에 나서는 상장사가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성장성이 부각된 언택트(비대면)·친환경·헬스케어 분야 등 사업부를 떼어내 키우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특히 기업 쪼개기의 대부분이 신산업 중심의 물적분할 형태라는 점에서 향후 활발한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기업분할 공시 건수는 4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38건에 비해 이미 21%나 늘어난 수치다. 아직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사들의 기업분할 결정은 올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업의 대부분은 회사의 분할 목적으로 신규사업의 전문성 확보와 투자 유치 등을 내세웠다.
앞서 코스피에서는 LG화학(051910)이 전기차배터리 부문의 물적분할을 발표해 관심이 집중됐다.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올해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사업이 본격적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이외에도 SK텔레콤(017670)(모빌리티)·화승알앤에이(013520)(자동차부품) 등이 핵심 성장사업의 기업분할을 결정했다. 코스닥 업체들도 대거 기업분할에 나서고 있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은 바이오의약품제조 분야를 떼어내 신설회사 코오롱바이오텍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디앤씨미디어(웹툰)·삼기(전기자동차 제품 및 부품)·APS홀딩스(파인메탈마스크)·한컴MDS(IoT·보안·AI솔루션) 사업을 떼어내기로 했다. 대부분은 2차전지·소프트웨어·바이오 등 최근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 분야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장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기존산업에서의 우위를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는 기업분할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성장기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분할의 핵심은 자금조달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고려대 교수)은 “신산업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기업분할을 할 필요는 없다”며 “국내에서는 오너들의 지분가치 희석을 막기 위해 모회사가 아닌 자회사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만큼 향후 상장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솔브레인(357780)과 화승알앤에이 등 4개 기업을 제외한 42개사가 물적분할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형태로 신설법인에 대한 투자 유치나 상장, 지분 매각 등 주요 의사결정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배터리 분야의 IPO 등을 앞둔 LG화학은 주주들의 반발에도 물적분할을 선택했고, 이외에도 SK텔레콤은 모빌리티사업의 물적분할 발표와 함께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 기업 우버로부터의 투자 유치와 JV(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열풍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도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분할에 나서는 이유”라며 “이들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