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K9서 잠수함까지...수출 전선 이상무![퀀텀점프 K방산]

'현지화' 전략으로 4년새 수출 20위→8위로 껑충

내수비중 높아 "정부 주도형 수출지원 필요" 지적도

KAI의 T-50./사진제공=KAIKAI의 T-50./사진제공=KAI






#지난 9월 호주 국방부는 K9 자주포를 호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자주포 획득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호주 정부는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납품하는 이번 사업에 1조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K9 자주포는 전 세계에서 1,700여대가 운용 중인 대한민국 대표 방산 수출 장비이다. 터키,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이 K9 자주포로 자국 영토를 지키고 있다.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한 기종이 48%를 차지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1999년 창사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총 148대, 31억달러 규모의 완제기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후발 업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낸 성과다. 첫 국산 초음속 고등 훈련기인 T-50 1대 수출에 따른 경제효과는 중형 자동차 1,000대 수출과 맞먹는다.

방위산업은 한국 경제의 새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항공기·미사일·자주포 같은 고부가가치 최첨단 무기 수출이 늘면서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의 무기수출은 2019년 세계 순위 8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 20위에서 불과 4년만에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것이다.


우리 방산 수출이 동력을 얻게 된 비결은 수출 대상국을 겨냥한 ‘현지화’ 노력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수출이 현지화로 수출 시장을 뚫은 대표 사례다. 독일에서 전수받은 기술을 발전시켜 동일한 품질에 가격을 대폭 낮춰 인도네시아의 세밀한 요구까지 반영한 개량형 잠수함을 제안해 수주를 따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차 사업에 이어 인도네시아 해군으로부터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약 1조1,600억원에 추가 수주했다. K9 수출도 현지화가 큰 역할을 했다.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2월 호주 멜버른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현지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 도입에서도 한화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호주의 장갑차 도입 프로젝트는 예산만 5조원이 편성돼 있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레드백’ 장갑차는 지난해 9월 최종 2개 후보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오는 11월부터 약 10개월간 호주 육군 주관으로 현지 시험평가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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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협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는 점도 방산 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와 인도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력을 확충하고 있다. 필리핀은 교류가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현대중공업이 필리핀 해군의 신형 호위함인 ‘호세리잘’호를 인도한 것을 비롯해 상륙용 장갑차와 소총 등 총기류, 군용차량, 고등훈련기 겸 경공격 전투기, 방탄 헬멧 및 방탄복 등 방산 전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K9 자주포. /사진제공=한화디펜스K9 자주포. /사진제공=한화디펜스


하지만 한국 방위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선진국들의 견제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 대상국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자국 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장벽을 높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실적악화’ ‘인력 유출’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2020년 방위사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들의 매출액은 지난 2016년보다 7.8% 줄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에 따르면 방산업계 인력 감소폭은 5%대로 추산된다. 최근 국방예산과 방위력개선비가 각각 16%, 23%(2018~2020년) 급증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형 수출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여전히 내수 위주에 머물러 있는 방산의 패러다임을 ‘수출형’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봉근 KAI 상무는 “수주에 앞서 정부를 중심으로 ‘팀 코리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전마케팅, 국가 대 국가(G2G) 패키지 제안 등 역량을 결집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충교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핵심기술 확보 및 수출 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절충교역은 우리나라가 비싼 외국 무기를 살 때 기술이전이나 국산무기 수출 등으로 대가를 보장 받는 제도다. 무기 수입을 많이 하는 입장에서는 절충교역이 쏠쏠한 제도이지만 한국은 자발적으로 절충교역을 대폭 줄이는 추세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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