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유능한 미래정당’을 내세운 ‘디지털 정당’ 프로젝트가 곧 가동된다. 클라우드컴퓨팅을 통해 당과 국회의원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전략의 첫 시험대가 내년 4월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될 전망이다.
27일 국민의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11월 초 당은 ‘D랩프로젝트’의 베타테스트(시험 가동)에 돌입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를 당한 경험에 기반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당시 “선거는 과학이다”라고 주장하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유권자가 많이 다니는 시간대와 장소에 맞춰 선거 유세를 했다. 국민의힘이 서울과 수도권 등 박빙 지역에서 이 같은 ‘디테일’에서 밀린 것이 참패의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상설기구인 ‘디지털정당위원회’에 4차 산업 전문가인 이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의원실 주도로 국민의힘은 디지털화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D랩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디지털정당은 당의 업무와 소통 공간 모두를 연결하는 전략이다. 우선 당 사무처와 의원실의 모든 업무가 클라우드를 통해 연결된다.
현재는 행사가 있으면 의원 보좌관이 100명이 넘은 당 소속 의원실에 일일이 팩스를 보내거나 전화를 해 참석을 독려하는 형태다. 의원 전원에 해당하면 300명의 의원실에 연락해야 한다. 또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하거나 상임위원회 또는 의원총회에 참석할 지 여부도 보좌관이 일일이 확인해 당 사무처에 전달해야 했다. 국민의힘이 추산한 결과 4년 간 종잇값만 약 60억 원, 전화 연락 등을 하는 업무 비효율은 따질 수도 없었다.
D랩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이 같은 업무 비효율은 사라진다. 앱을 통해 의원이 참석, 불참석을 누르면 전체 의원실과 당에 공유된다. 또 각 의원실이 같은 문서를 열고 동시에 작업할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회의원회관이 폐쇄돼도 업무를 볼 수 있다. 클라우드에 관련 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재난 상황으로 건물이 폐쇄된다는 공지가 오면 밤이라도 들어가 USB와 자료를 챙겨 나왔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 공간도 디지털 기반으로 바뀐다. 당 전용 메신저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지역 당협 조직별로 공간을 재구성할 방침이다. 당원들이 올린 정보 등을 빅데이터로 만들어 정책과 전략에도 활용한다. 이에 더해 이동통신사와 함께 유권자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활용한 방식이다.
D랩프로젝트의 핵심은 ‘스피드(속도)’다. 민주당은 선거 때 빅데이터를 활용한데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당의 기초인 사무부터 디지털로 전환해 모든 부분에서 민주당의 ‘속도’를 능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디지털프로젝트가 자리 잡으면 오는 4월 있을 재보궐선거에서 업무와 선거전략, 유세 등 모든 분야에서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11월 초 당 사무를 통합하는 워크웨어에 대한 시험 사업에 돌입하고 12월에 개편한 앱을 통해 당원 커뮤니티를 연결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총선은 선거 운동을 할 때 도움을 주시는 지역 분들과 당협 조직의 경험에 의존했다”며 “이제는 과학적으로 발전해 당원 성향을 분석하고 빅데이터를 수집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