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고(故) 이건희 회장을 떠나보낸 삼성은 당분간 추모를 이어간다. 다음달에는 삼성전자(005930) 창립기념일과 이병철 창업주 기일 등이 연달아 있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 일상 속 추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수원 선영에 잠든 28일 삼성 임직원에게 공개된 온라인 추모관에는 3만5,000여개의 애도의 글이 달렸다. 임직원들은 “사랑하는 회장님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삼성은 다음달 1일 창립기념일과 19일 이병철 선대회장의 기일 등에 행사를 최소화하고 애도의 마음을 이어갈 예정이다. 창립기념일 행사는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하며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한 1988년 11월1일을 창립기념일로 삼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취임식은 연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외형상 ‘회장’ 직함만 없을 뿐 그는 이미 6년 전부터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왔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은 승진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출석해야 하는 재판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당장 다음달 9일에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이 재판을 올해 안에 마치려는 계획이어서 이 부회장은 올해 말까지 재판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관한 재판도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영활동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네덜란드와 베트남을 다녀오며 해외 출장을 재개한 이 부회장은 조만간 일본이나 중국·미국 등을 돌며 현장 경영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12월 초에 진행되는 정기인사는 안정 기조가 점쳐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김기남 반도체(DS)부문 부회장과 고동진 무선사업(IM)부문 사장, 김현석 생활가전(CE)부문 사장 등 ‘3각 부문장’ 체제가 유지될지가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도 올해 삼성전자는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좋은 실적을 거뒀다”며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도 안고 있어 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