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친구 집으로 도망친 뒤 사고 이후 술을 마신 것처럼 꾸민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사고 후 미조치·범인도피교사만 유죄로 인정하고 음주운전은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주취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A(32)씨는 지난해 2월 11일 밤 세종시에서 친구 B(32)씨 등과 술을 마시고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길가에 세워진 주차 차량을 들이받고 별다른 조처 없이 500m가량 더 진행했다.
그는 급하게 B씨를 부른 뒤 B씨 차를 타고 도망쳤다. B씨의 집으로 간 A씨는 도착하자마자 술을 몇 잔 마시고 빈 소주병 2개를 식탁 위에 올려놔 마치 사고 이후 술을 마신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경찰은 B씨 집에서 A씨를 붙잡았고, 음주 측정 결과를 토대로 집에서 술을 마시기 전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62%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처벌 기준 0.05%를 0.012% 포인트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나 대전지법 형사7단독 송진호 판사는 그러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주취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충분치 못했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피고인이 운전 전 음주를 마친 최종 시점은 사고 당일 오전 1시 25분,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시점은 그로부터 55분 뒤인 오전 2시 20분이었다.
송 판사는 “피고인이 사고 후 운전을 마칠 당시에 농도가 상승기에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운전을 할 때 농도가 0.05%를 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 후 미조치와 범인도피교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송 판사는 “음주운전 죄를 범했다고도 볼 만한 상황에서 범행 사실을 숨기고자 친구에게 (자신의) 도피를 지시했다”며 “경찰관의 정당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업무를 방해하려고 다량의 음주를 위장한 죄질도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