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다빈(22)은 거의 매 홀 두 번째 샷을 맨 먼저 쳤다. 장타자 장하나, 신인 김유빈과 같은 조로 경기했는데 티샷 거리가 대부분의 홀에서 꼴찌였다. 올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는 233야드로 69위. 하지만 정확도에서는 페어웨이 안착 81%로 10위를 자랑한다.
허다빈이 안정적인 샷과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데뷔 첫 우승 가능성을 키웠다. 31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6,684야드)에서 계속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3라운드에서 허다빈은 버디와 보기를 3개씩 맞바꿔 타수를 잃지 않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100%(14/14)였다. 첫날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9위, 둘째 날 2타 차 단독 2위였던 허다빈은 셋째 날을 1타 차 3위로 마치면서 역전 우승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중간합계 5언더파로 6언더파 선두 장하나·최민경에 1타 뒤진 3위다.
2018년 이 대회 우승자인 박결(24)을 떠오르게 한다. 박결도 드라이버 샷 거리가 길지 않은 대신 페어웨이 안착률에서는 투어에서 첫손을 다툰다. 데뷔 4년 차에 8타 차 대역전극으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핀크스 골프클럽 18번홀 그린에서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허다빈도 데뷔 4년 차다. 박결과 후원사(삼일제약)가 같고 눈에 띄는 용모로 인기가 많은 것도 비슷하다.
상금순위 24위로 다음 시즌 시드 걱정이 없는 허다빈은 이날 시종 미소를 잃지 않은 가운데 또박또박 놀랍도록 차분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지난달 팬텀 클래식 준우승 등으로 흐름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조금 깊은 러프에 보낸 탓에 타수를 잃을 위기를 맞았지만 훌륭한 어프로치 샷과 퍼트로 파를 지켰다.
이틀 연속 단독 선두를 달렸던 김유빈은 첫 6개 홀에서 5타를 잃는 난조를 보였으나 이후 버디 2개를 보태면서 3타를 잃는 것으로 출혈을 막았다. 4언더파 4위로 데뷔 첫 승에 도전한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