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모유를 먹여 골격도 좋고 아주 건강합니다. 성격도 좋고 순해요. 배변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분양비 50(만원)입니다.”
지난 26일 국내 한 중고거래사이트에는 귀여운 모습의 앳된 강아지 사진과 함께 판매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허가받은 판매자등록번호를 적시하지 않은 채 동물을 사고 파는 건 어디까지나 불법.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미혼모가 중고거래사이트에 신생아를 20만원에 입양시키겠다는 글을 올려 큰 충격을 준 가운데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온라인 중고거래플랫폼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갓 태어난 신생아뿐 아니라 동물과 술, 담배 등 온라인판매가 금지된 물품들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적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이용자 신고제도와 내부 모니터링, 인공지능(AI) 필터링 등을 통해 거래금지 물품을 걸러내고 있다. 최대 규모의 중고 거래사이트인 중고나라도 내부 모니터링팀이 실시간으로 거래 글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거래사이트 내부 점검시스템의 빈틈을 뚫고 불법적 거래를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당근마켓에는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 있어요’라는 판매 글을 올라왔다. 20만원의 희망금액과 함께 이불에 쌓인 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시됐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경찰 조사 결과 작성자는 제주도에 사는 20대 미혼모로 밝혀졌다. 충격이 채가시기도 전인 27일 당근마켓에는 ‘아이 팔아요’라는 제목의 글이 또 다시 올라왔다. 300만원을 내건 게시 글에는 ‘(아이가) 식구들이 남긴 음식을 다 먹고 힘도 세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10대 청소년의 장난으로 드러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살아있는 동물이 허가 없이 버젓이 거래되는 일도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정부의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은 자만 동물을 판매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동물을 판매하고자 할 경우에는 동물판매업 등록번호와 업소명, 전화번호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거래사이트는 살아있는 동물거래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중고거래사이트에서는 가정에서 기르던 동물이 낳은 새끼를 분양하는 것처럼 속여 파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살아있는 생명까지 거래대상으로 삼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중고거래사이트에도 보다 엄격한 규제와 모니터링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가정분양이라고 하면 건강하게 잘 자란 동물이라는 인식을 주지만 실제 중고거래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들은 농장에서 불법으로 번식시켜 분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중고거래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물품에 대해 보다 강력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당근마켓은 한층 고도화된 AI 필터링 시스템 개발에 착수할 방침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다른 항목은 AI를 통해 충분히 걸러지고 있지만 ‘아이 입양’ 같은 경우는 기존 사례가 없어 사전 필터링이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중장기적 투자를 진행해 건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