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혼돈의 美대선, 분열의 정치 종식될까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전 미국정치연구회장

親트럼프 vs 反트럼프 대결 구도

패자 선거결과 불복 가능성 높아

승패 통한 갈등 해소 여부 불확실

韓 한층더 신중한 정책 대응 필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확인되고 있지만 승부를 결정지을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 등 경합주의 상황이 접전으로 바뀌면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인종갈등의 격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요인들의 등장으로 복잡한 듯 보이지만 이번 미국 대선의 특징적인 모습은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 유권자 구도의 측면에서 이번 대선은 초반부터 줄곧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집권 내내 지지자 중심의 정치를 지속해왔던 트럼프는 선거국면에 이르러서는 인종갈등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면서 미국 사회의 분열을 조장해왔다. 친트럼프와 반트럼프로 나뉜 유권자들의 갈등은 폭력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정도로 격화됐으며 그 속에서 선거의 중요 쟁점들은 중요성을 상실했다. 특히 친트럼프 성향의 유권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무책임한 대처와 통제능력의 상실, 위험성에 대한 비과학적인 평가절하 속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를 이어갔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편 가르기와 그것이 초래한 미국 사회의 혼란과 갈등에 반대 진영의 불만과 반감 역시 강화돼 선거국면을 친트럼프와 반트럼프의 대결 구도로 만들었다.


둘째, 정서적 양극화에 기반한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구도는 유권자들의 폭발적인 참여 욕구로 이어졌다.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역사적인 투표율을 통해 확인된 유권자들의 참여 욕구는 이번 선거에서 한층 더 강해졌다.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10월31일까지 전체적으로 9,0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통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중 5,700만표는 우편투표가 차지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가 3,300만표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억명을 훨씬 넘는 유권자들이 이미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2016년 대선에서 대략 1억3,600만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트럼프가 6,300만표를 얻어 당선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참여 의지이며 개표 전에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절반이 훨씬 넘는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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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전체적인 유권자들의 선호도와 관계없이 선거제도와 관련된 결과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은 일차적으로 연방국가의 특성으로 각 주의 선거 결과를 토대로 한 선거인단투표로 승자를 결정하는 선거제도의 독특한 특성에 기인한다. 건국 당시 주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고안된 이러한 제도가 유권자 다수의 선호에 따라 결정하는 일반적인 선거의 원리와 상충하는 빈도수가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 유권자 차원의 대중투표에서 패배하고도 선거인단투표에서 승리함으로써 대통령이 된 사례는 모두 다섯 차례이지만 지난 다섯 차례의 선거 중 최근 두 차례(2000년과 2016년)에서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 제도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더해 이번 선거에서는 우편투표를 통한 참여의 증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층 더 결과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개표에 포함될 우편투표의 범위 등을 둘러싸고 여러 주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호만큼 제도적인 요인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주기적인 선거는 사회적 갈등의 폭발적인 분출의 장인 동시에 갈등 해소의 제도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어느 공동체든 다원적인 구성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고 축적되기 마련이지만 주기적인 선거는 결과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의 파국을 제도적으로 방지한다. 그러나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갈등 구조로 진행돼온 이번 미국 대선의 경우 어느 쪽이든 패자가 선거결과에 강하게 불복하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데다 트럼프가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빌미로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결과를 통한 갈등의 해소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따라 미국 헌법에 의해 승자결정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의회의 선거결과 역시 대단히 중요해졌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미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향후 4년간 세계 정치에 판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트럼프의 재선은 미국 사회 분열의 지속과 세계 각국이 저마다의 이익에 따라 각자도생하는 새로운 현실주의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바이든의 승리는 쉽지는 않겠지만 미국 사회 분열의 종식과 통합, 그리고 세계 질서에서 다자적인 동맹의 복원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누가 이기든 미중 간의 경쟁구도 속에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한층 더 신중한 정책고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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