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행사와 검찰총장 등에 대한 감찰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일선 검사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추 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검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 압박을 이어가고, 검사들은 “나도 ‘커밍아웃’ 하겠다”며 집단 반발하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검찰 안팎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검사들의 반발이 더 커질 경우 2012년 집단행동에 나섰던 검란(檢亂)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추 장관과 검사들의 갈등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접대’ 폭로에 대한 감찰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감찰 결과 김씨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면 검찰을 향해 역풍이 부는 반면 사실과 다르다면 검찰의 더 거센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정감사에서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라는 발언으로 추 장관과 대립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번 주 신임 부장·차장검사 교육을 진행하는 등 공개 행보를 이어가 주목된다.
추 장관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입니다”라며 자신을 비판한 검사들을 향해 다시 한번 압박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달 28~29일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와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추 장관의 감찰권 및 수사지휘권 행사가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 한 것에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추 장관은 “커밍아웃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글을 28일 올렸고 최 검사가 다음날 검찰 내부망에 게시한 글에 달린 댓글에는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230명에 달하는 검사들이 연판장 돌리듯 집단 반발했다.
추 장관과 일선 검사들의 갈등은 김씨가 폭로한 검사 접대 의혹에 대한 감찰 결과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해 여름 검사들에게 룸살롱에서 1,000만원 정도의 접대를 했다는 김씨의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감찰 중이다. 감찰과 별도로 라임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감찰 또는 수사 결과로 접대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추 장관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검찰개혁 필요성이 강조되는 동시에 검찰 내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커질 수 밖에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된 수사에서 여권이나 추 장관의 압력이나 폭로가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결과가 접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나올 경우 검찰의 집단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오는 3일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에서 초임 부장검사 30여 명을 상대로 강연하고 만찬을 할 예정이다. 또 9일에는 신임 차장검사들을 대상으로도 강연한다. 진천 법무연수원에는 윤 총장의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검사장이 재직 중이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서 만난다. 대검찰청은 “이미 전에 확정된 일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최근 추 장관을 향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 분위기 속에 검찰 수장인 윤 총장의 공개 행보와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