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에서 짧지 않은 파 퍼트를 기분 좋게 넣은 장하나(22)는 ‘홈런타자’로 변신했다. 퍼터를 배트 삼아 야구스윙을 한 뒤 홈런 타구를 바라보는 세리머니를 했다. 시즌 첫 승이 나오지 않아 커졌던 걱정의 덩어리를 가상의 홈런공처럼 멀리 날려보냈다.
장하나는 최근 스윙을 바꾸는 과정에서 “하루 400~500개의 연습볼을 쳤다”고 털어놓았다. 주니어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지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다.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앞두고 “이번 주 무조건 (우승) 해낸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고 주변에 얘기했는데 그 약속대로 우승했다.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져 최근 마음고생도 심했다는 장하나는 “이번 우승이 건강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웃음을 드리게 돼 기쁘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장하나와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10월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치고(어깨·등 담) 큰아버지도 돌아가시고…. 11월로 넘어간 첫날에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다.
-우승 뒤 홈런 세리머니의 의미는.
△버디 기회를 몇 차례 못 살려 어려움이 있었다. 마지막에는 홀가분한 마음이 커 홈런 세리머니를 해봤다. 많은 일을 극복하고 해낸 우승이라 가장 좋은 날, 가장 행복한 날이다.
-상금왕도 노릴 만한데.
△상금왕이나 대상(MVP) 같은 타이틀보다는 그린 적중률과 평균타수가 꾸준한 선수로서 최고의 상일 것 같아서 그린 적중이 가장 높은 선수이면 좋겠다.
-마지막 파 퍼트가 쉽지 않은 거리였다.
△어려운 파 퍼트를 많이 넣었던 어제(3라운드)가 생각났다. 못 넣을 때는 생각이 많아지는 게 원인인 것 같다. 마지막 홀 2타 차여서 마음 비우고 했더니 원하는 퍼트 스트로크가 나왔다. 이 느낌 때문에 남은 두 대회도 기대된다.
-요즘 골프가 쉬워졌다고 했는데.
△이번 대회 연습 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쳤다. 연습 때는 실수를 생각하지 않고 치니까 잘 된다. 대회만 시작되면 미스 샷 위험을 생각하는 버릇이 나오는데 이번 주에는 ‘무조건 핀으로 간다’는 생각만 하려 했다. 오늘은 쫓기는 입장이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마쳤다.
-순위는 언제 확인했나.
△17번홀 그린에서 봤다. 스코어보드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8번홀(파4) 13m 롱 퍼트가 기가 막혔다.
△어느 골프장이든 두 번의 고비가 항상 있다고 생각한다. 6~8번, 12~14번홀이다. 그 고비만 넘어가면 긴장감이 줄어들고 플레이가 잘 된다. 그런 생각하던 순간에 버디가 나왔다. ‘이거 정말 우승하려나’ 싶었다.
-꾸준한 성적의 비결이 있다면.
△거리가 작년보다 늘었고 아이언 샷은 임팩트가 더 견고해졌다. 매년 우승을 해야 하는 선수라는 말이 참 부담스러웠는데 그런 부담을 이기려 많이 노력했다. 큰 부상 안 당하려고 평소 운동도 많이 하고, 대회 기간 고기를 먹지 않는 식단 관리도 했다.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지키고 바꾸다 보면 항상 ‘작년보다 나은 올해’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