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지난주 뉴욕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우려로 급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47%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각각 5.64%와 5.51% 하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최악의 주간 낙폭이다.
지난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다. 로이터통신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의 신규 환자는 10만233명으로 종전 최대치를 경신했다. 단일 국가 기준 최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가 부양책이 내년 초에나 진지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부양책 관련 불확실성은 한층 깊어졌다.
다만 지난주 발표된 경제지표 및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은 대부분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달 29일 아마존은 3·4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늘었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역시 3·4분기 매출액이 461억7,000만달러(약 52조3,789억원)를 발표해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자랑했다. 페이스북 역시 매출액과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2%와 29% 증가했다.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 10월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8.1베이시스포인트(bp)올라 2018년 9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주 2년물 수익률은 큰 변동이 없었고, 30년물은 0.9bp 내렸다. 다만 10월 한 달로 범위를 확대하면 2년물과 30년물은 각각 2.9bp와 18.4bp 올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주 S&P 500이 5% 이상 하락하는 등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는데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에 미 국채가 전통적인 헤지 수단으로서 역할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냇얼라이언스 증권의 앤드루 브레너 국제 채권 대표는 “3일(대선일) 이후 새로운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미 국채의 효과적인 헤지 역할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가 어떻든 부양책은 있고, 블루웨이브(민주당 승리), 레드타이드(공화당 승리) 중 어떤 색이든 국채가 너무 많이 나올 것”이라며 “10년 국채수익률은 향후 1%로 다시 오를 수 있으며 현재 주식에 대한 최고의 헤지수단은 현금”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코로나19 대유행 우려는 물론 불확실성이 큰 대선에 대비하는 투자자들의 영향으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등 9월 말부터 이어진 달러화 강세 흐름이 여전히 확인됐다. 확대된 사전 투표로 개표가 지연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 선언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유로화 약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연일 4주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2월 정례회의에서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겠다고 명확히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모두 다음 이사회 회의에서 조치하고 우리의 정책 도구들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위안화는 역외에서 달러당 6.8위안대까지 하락하는 등 달러화에 대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등 지도부가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 회의(19기 5중전회)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제시한 영향으로 해석됐다. 시장은 중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위안화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시장
국제 유가는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이어지면서 5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리비아가 산유량을 끌어올리고, 미국에서도 원유 채굴 장비 수가 꾸준히 늘어나며 공급 증가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주 약 10% 급락했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최악의 하락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며, 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한 점도 유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주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원유 채굴 장비가 그 전주보다 10개 늘어난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OCBC의 호이 리 경제학자는 “시장은 유럽의 새로운 봉쇄와 미국의 대선으로 인해 불안하다”면서 “매도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간전망
이번 주(2~6일) 국제 금융시장은 미국의 대선 및 상원의원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발표된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자료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7.8%포인트로 앞서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 결과도 민주당이 압승해 이른바 ‘블루웨이브’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6개 주요 경합주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대선 직후인 4~5일 이틀 일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기준금리는 0.00~0.25%로 현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 회의에서 특별한 조치가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대선 결과에 대한 연준의 평가에 따라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고용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발표된다. 특히 6일 발표되는 비농업부문 실업률이 예상치를 하회하는 긍정적 수치가 나온다면 4·4분기 경제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의 감소세가 정체됐던 만큼 고용 회복 속도가 빠르게 개선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실업률 예상치는 7.7%로 9월(7.9%)에 비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