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 대선 D-1]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은 누구의 승리를 원할까

중국에 강경한 트럼프 재선 원하는 분위기

대표적 반중인사 지미 라이도 트럼프 지지

일부 홍콩인, '바이든 지지' 앤 해서웨이 공격

조 바이든(왼쪽)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AFP연합뉴스조 바이든(왼쪽)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AFP연합뉴스



많은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홍콩 독립을 지지하며 중국에 강경한 모습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정치계가 유독 이번 미 대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치계가 민주화 운동을 적극 지지해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강대국이자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꼽히는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홍콩 민주화 세력을 향한 중국의 견제가 수그러들어 홍콩 내 민주화 운동 열기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독립을 지지하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중국이 반중 (反中) 세력을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을 강행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투자·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혜택을 주는 ‘특별지위’를 폐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홍콩보안법을 “모욕”, “전체주의적 움직임”이라고 표현하며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7월 1일 홍콩에서 지오다노 창업자인 지미 라이(오른쪽)가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며 모금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지난 7월 1일 홍콩에서 지오다노 창업자인 지미 라이(오른쪽)가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며 모금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사주이자 민주화 운동의 거물인 지미 라이가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이유다. 지미 라이는 지난 5월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님, 당신은 우리를 구할 유일한 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최근 미 NBC방송은 지미 라이의 자금이 바이든 후보를 비방하는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에 흘러 들어간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미 라이는 자기 비서가 허락 없이 돈을 가져다 쓴 일이라면서 직접적인 관여 의혹을 부인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바이든 후보 지지자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한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38)가 최근 홍콩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위대는 해서웨이의 트위터에 그의 최신 영화인 ‘더 위치스’를 본 것을 후회한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고, 중국과 할리우드를 합성한 ‘차이나우드’에 입성한 것을 환영한다는 댓글을 달며 조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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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든 반중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위치한 홍콩독립관련 단체 ‘홍콩민주위원회’의 설립자 사무엘 추는 SCMP에 장기적 관점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위해서는 양극화된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는 “우리는 중국의 독재자에 대항할 미국의 독재자를 뽑는 게 아니다”라며 “특정한 당과 특정 인물에만 의지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반중 인사 중 한 명인 홍콩 민주당 람척팅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을 구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당선되든 향후 5년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강경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유일한 차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보다는 좀 더 강하게 나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으로 홍콩 민주화 세력을 도와주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홍콩 민주화 인사 4명이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미국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당시 SCMP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홍콩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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