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마지막 주말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5개 경합주에서 11시간 동안 ‘광란의 유세’를 벌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D-1일인 2일에도 추가로 5곳에서 유세전을 벌이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현장유세만이 판세를 뒤집고 지지층을 결집할 마지막 카드라고 보고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전 워싱턴DC 백악관을 출발한 뒤 미시간과 아이오와·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플로리다 등 남북부 5개 주를 연쇄 방문했다. 마지막 방문지인 플로리다의 연설 시각은 밤11시로 종일 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이동거리는 직선으로만 따져도 2,300마일(약 3,700㎞)가량으로 서울과 부산 간 직선거리의 10배가 넘는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에 빗대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레드웨이브(붉은 물결)’가 오고 있다”면서 “화요일(선거일)은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선거일을 좋아한다. 여러분도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전투표에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참여한 것과 달리 선거 당일 현장투표에는 공화당 지지층이 대거 몰릴 것이라는 뜻으로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그는 자신이 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급진좌파인 바이든이 집권한다면 경제를 무너뜨리고 부동산세처럼 내가 여러분에게 준 모든 것들이 끝장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도 1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바이러스를 극복하려면 우리는 먼저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 그가 바이러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비판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꼼짝도 못한다면서 “트럼프는 푸틴의 강아지”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흑인 기독교 유권 행사에도 참석해 코로나19로 흑인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다룰 것이고 흑인사회를 위한 진정한 경제적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흑인 표심에 호소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던 민주당 지지 성향의 흑인 유권자들이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에서 대거 투표할 경우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전날인 2일에도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막판 총력전을 벌인다.
각종 여론조사 주체들이 대선 전 마지막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조사 결과 전국 단위에서 바이든 후보(52%)가 트럼프 대통령(42%)을 10%포인트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계층별 지지도에서는 흑인들의 바이든 지지율(87%)이 트럼프 대통령(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고 18~34세 젊은층과 노인층, 여성, 대졸 백인, 무당파 계층의 바이든 지지율이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고졸 이하 백인, 남성 계층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12개 경합주의 지지율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우위가 지난달 10%포인트에서 현재 6%포인트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의 우위는 오차범위 이내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 투표 수에서 지고도 선거인단의 과반을 확보한 지난 대선 때의 양상이 반복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경합주의 풍향계로 인식되는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바이든캠프가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일간지 데모인레지스터와 여론조사기관 셀저스가 지난달 26~29일 아이오와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8%로 바이든 후보(41%)를 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셀저스 여론조사는 지난 대선 때 적중한 전력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