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높이기로 확정했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당근책으로 내놓았던 공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세율 0.05%포인트 인하는 3년간 한시적으로 조정했다. 결국 세금 폭탄만 던져놓고 뒷수습은 차기 정부에 미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실화율(공시가/시세) 제고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이 끝난 후인 3년 뒤에는 감면이 없어지고 재산세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 기획재정부와 여당이 갈등을 빚었던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현행 10억원을 유지하되, 세대별 합산을 인별 과세로 전환하려던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3일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매년 3%포인트씩 공시가를 올림에 따라 시세 9억~15억원의 공동주택은 오는 2027년, 15억원 이상은 2025년 현실화율이 90%가 된다. 시세 9억원 미만도 2023년 70%, 2030년 90%가 목표여서 중저가와 고가를 가리지 않고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정부, 여당이 갈등을 빚었던 재산세 감면 기준은 6억원으로 결정됐다. 부동산시장은 잡고 주식시장은 활성화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된다. 따라서 공시가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는 내년에 공시가격에 따라 최대 3만원에서 18만원까지 재산세를 감면받는다. 인하된 세율은 내년 재산세 부과분부터 적용된다. 과세 기준일은 6월1일이다. 전체 주택 1,873만가구 가운데 94.8%인 1,030만가구가 수혜 대상이며 정부는 연간 4,785억원의 세제 지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년 적용 이후 주택시장 변동 상황과 공시가격 현실화 효과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3년 뒤에는 공시가 상승에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부담이 겹쳐 조세저항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시 정치적으로 감면 혜택을 연장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년 후 대통령선거와 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를 감안해 3년간 적용하는 것”이라며 “15만원이라도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지지하게 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간 당정이 팽팽히 맞섰던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은 여당의 요구대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예정됐던 3억원으로 낮추지 않고 2023년까지 10억원을 적용한다. 인별 과세로 전환 없이 세대별 합산도 유지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근 글로벌 정세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같이 높아진 상황도 있어 이를 고려해 현행처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고위당정청회의에서 큰 틀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강동효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