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에 김영재(50·행정고시 37회)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국장이 조만간 정식으로 부임하면 외교부 출신으로는 김기환 전 공사 이후 5년 만의 첫 주미 경제공사가 된다. 미국 대선을 눈앞에 두고 대미 통상정책을 주도하는 자리를 5년 만에 외교부가 다시 찾아오게 된 것이다. 지난 2018년 불거진 ‘코드 인사’ 의혹으로 개방형 직위에서 해제한 데 따른 것으로, 주미 경제공사는 앞으로도 외교부 출신이 도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 국장이 차기 주미대사관 경제공사에 내정됐다. 김 국장은 임관 이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한 뒤 지난 1998년에 외교부로 자리를 옮겼다. 주미 참사관과 주사우디 공사참사관, 양자경제외교국 심의관 등을 거쳤다.
주미 경제공사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 대미 경제외교와 통상 현안을 살피는 직위다. 안보 관련 안건을 다루는 정무공사와 함께 미국대사관에서 대사의 뒤를 잇는 ‘2인자’로 꼽힌다. 전임인 장영진 경제공사는 얼마 전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대사관 경제공사는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이 필요 없는 자리라 발령 즉시 부임할 수 있다”며 “아직 정확히 발령은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미 경제공사 자리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외교통상부가 외교부로 개편되고 통상 관련 업무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면서 줄곧 기획재정부·산업부·외교부 간 힘겨루기의 장이 됐다. 특히 외교관 출신인 김기환 전 공사가 주뉴욕총영사로 떠나면서 공석이 된 2015년에는 주미 경제공사가 개방형 직위로 전환되면서 기재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장호현 전 공사가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2018년 장 전 공사 후임을 뽑는 과정에서 이른바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유력 후보군에 포함됐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신이 보수 성향 시민단체 활동 이력 탓에 탈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최 교수는 언론에 심사에서는 최고점을 받았다며 인사 검증과정에서 청와대 직원과 주고받은 통화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이에 외교부는 돌연 주미 경제공사 자리를 민간인도 지원 가능한 개방형 직위에서 돌연 해제했다. 이후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선임 절차를 진행해 산업부 투자정책관 출신인 장영진 현 공사를 임명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외교부가 이번 김영재 국장 내정을 계기로 주미 경제공사 자리를 아예 자기 부처 출신으로만 계속 못 박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애초에 외교부가 발탁하는 직위인 데다 이제는 개방형 공모직도 아니라서 다른 부처 출신들에 자리를 챙겨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산업부 등 경제부처 출신들을 외교부가 임명하는 자리에 반드시 둬야 할 명분이 사라진 상태”라며 “차기 경제공사가 미국행을 이미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