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vs反트럼프, 흑vs백 극한갈등…美 '선거 후유증'

■둘로 쪼개진 美

정치는 좌우·사회는 인종 대립

"票퓰리즘이 내재된 갈등 불지펴"

3일(현지시간) 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승리 소식을 전해 들은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3일(현지시간) 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승리 소식을 전해 들은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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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지만 미국 내부의 혼란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미국은 정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게 갈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 도전할 때부터 표를 얻기 위해 줄기차게 주장했던 미국 우선주의와 제조업 부흥은 사실 정치적·인종적·경제적 갈등 요소를 내포한 것들이었다. ‘갈라진 미국’의 모습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고 통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예상과는 달리 조용하게 진행된 전국 투표상황을 전하며 “미국 역사에서 가장 양극화된 대선의 극심한 긴장에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민심이 얼마나 갈라져 있는지를 잘 나타내는 논평이다.


실제로 선거 바로 전날까지도 분열된 미국의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 1일 뉴욕의 맨해튼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反)트럼프 유권자들이 대치했는데 반트럼프 측에서는 “노 캅스(경찰), 노 KKK(백인우월주의단체), 노 레이시스트(인종주의자)”라는 구호가 나왔다. 흑인과 히스패닉, 대도시의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 계층이 미국 사회를 어떻게 보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구호다.

반면 쇠락한 공업지대의 저학력 백인들은 평소 마음에만 담아뒀던 울분을 행동으로 쏟아냈다. 차를 몰고 나와 트럼프 지지를 외치며 도로와 교량을 점거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총도 발사했다. 펜실베이니아의 한 총기옹호단체는 총을 들고 투표하겠다고 했고, 소요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총 판매량이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유세 버스를 위협한 자신의 지지자들을 애국자라고 옹호했다.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정치적 올바름’을 옹호하는 미국인의 전통적인 가치가 무너져내린 것이다.


이런 정치적 양극화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을 높이는 연료로 작용했다. ‘지면 안 된다’는 양측의 투지가 투표 열기로 연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억명이 넘는 유권자가 사전투표에 나서면서 이번 총투표율은 100년 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1억건은 2016년 선거 총투표수의 73%에 해당한다. 갈라진 미국의 민심이 높은 투표율로 연결된 만큼 선거 이후 갈등 해소에 걸리는 시간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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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류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역설적이게도 미국을 분열시켰다고 진단한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미국을 갈라놓았다는 것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저학력 백인 표를 얻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흑인과 히스패닉은 물론 리버럴 성향의 대도시 고학력 백인까지도 적으로 돌렸지만 결국 제조업 부흥도 실패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수입제한을 걸었지만 자국 산업이 발전한 정도보다 자국 소비자의 생활비 증가폭이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흑인 등 유색인종이 ‘워싱턴DC의 기득권 정치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만든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워싱턴DC 기득권 정치인들은 언제나 월 스트리트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이 최우선이었다. 그런데도 흑인이 이들에게 몰표를 던지게 된 것은 트럼프의 인종주의보다는 닳고 닳은 기득권 정치인의 ‘뻔한 정치’가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 전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흑인의 87%는 바이든을 지지했고 트럼프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생존과 생계 문제 외에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미국 내의 가치 논쟁도 이번 대선 이후 더욱 뜨겁게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흑인과 소수자 인권, 낙태, 총기, 시민 자유권의 범위, 이민 등 국내 문제부터 고립주의, 동맹, 다자·양자무역, 국제기구 등 외교통상 문제 전반에 대한 가치 논쟁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 지지 기반 민심

바이든 트럼프
-트럼프 인종주의의 생존위협
-고학력·부유층의 리버럴 성향
-저학력 서비스 노동자의 생존문제
-이민자 출신의 아메리칸 드림 열망
-인권 등 미국 전통가치 수호 의지
-제조업 시대에 대한 향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감
-월가 중심 경제에 대한 반감
-흑인과 소수자에 대한 이질감
-이민자와 수입품의 일자리 위협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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