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대회에서 10타 차 선두로 출발해 4타 차로 우승했던 안나린(24). 지켜야 이기는 입장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그가 이번에는 뺏어야 이기는 싸움마저 접수했다.
안나린은 8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하나로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8언더파로 3타 차 우승이다.
통산 13승의 장하나, 4승의 박민지와 7언더파 공동 선두로 챔피언 조 대결을 시작한 그는 ‘빅 네임’들 틈에서 시종 침착한 경기를 이어가며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지난달 11일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에서 거둔 데뷔 첫 승은 4년 만에야 찾아왔는데 2승까지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시즌 2승은 박현경·김효주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투어 최대인 3억원. 시즌 상금을 단숨에 약 5억9,500만원으로 늘린 안나린은 상금 랭킹 11위에서 2위로 껑충 뛰며 최종전에서 역전 상금왕을 노릴 위치까지 올라갔다. 상금 1위 김효주와 1억3,000만원 차. 오는 13일 열리는 시즌 최종전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2억원이다.
안나린은 지난달 세종시에서 열렸던 오텍캐리어 대회 때 3라운드까지 10타 차 리드를 안고 최종일을 맞았음에도 긴장한 탓인지 타수를 줄이지 못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번에는 공동 선두라 훨씬 더 어려운 싸움으로 보였지만 첫 승에 대한 조바심을 이미 떨친 안나린은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1언더파는 이날 출전선수 중 최은우·김민선과 같은 가장 좋은(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다.
2번홀(파4) 버디로 출발한 안나린은 9번홀(파4)에서 8m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이 홀 보기의 장하나를 4타 차로 앞섰다. 이후 연속 버디를 맞아 2타 차로 쫓긴 뒤로 2~3타 차의 결투가 계속됐다. 승부가 갈린 것은 17번홀(파3). 안나린이 보기를 범했지만 장하나가 보기 퍼트마저 놓쳐 2타를 잃으면서 3타 차로 벌어진 것이다. 안나린은 이날 대부분의 선수가 타수를 잃는 와중에도 페어웨이 안착률 85%(12/14)의 안정감을 뽐냈다. 그는 “어려운 코스 환경에서 경기를 잘 마친 것 같아 기분 좋다. 아직 자동차가 없는데 이제 구매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마지막 대회도 이번 라운드처럼 침착하게 잘 끌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장하나는 2타를 잃어 5언더파 단독 2위로 마쳤다. 지난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제패로 1년 만에 우승 물꼬를 텄던 장하나는 2연승·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가을에 강한 면모를 2주째 확인했다. 박민지는 5타를 잃어 이다연과 같은 2언더파 공동 3위로 마감했다. 이 대회 뒤 미국 무대로 돌아가는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이븐파 공동 8위. 허윤경은 은퇴 경기에서 1오버파 10위의 좋은 성적을 냈다. 김효주가 2오버파 공동 11위로 뒤를 이은 가운데 최혜진은 5오버파 공동 17위에 그쳤다. 최혜진이 톱10에 들지 못한 것은 7월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33위에 이어 시즌 두 번째다. 하지만 최혜진은 15개 대회 중 13개에서 톱10에 오르는 꾸준함으로 이날 대상(MVP) 수상을 확정해 이 부문 3연패 기록을 작성했다.
부쩍 낮아진 기온과 예측이 어려운 영종도 칼바람에 이날 선수들의 플레이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오전10시35분 출발한 챔피언 조 경기는 오후4시44분에야 끝났다. 18홀 라운드에 6시간9분이나 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