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브룩스브러더스

1865년 4월14일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암살될 당시 독수리 문양과 함께 ‘하나의 국가, 하나의 운명(One Country, One Destiny)’이란 문구가 새겨진 양복을 입고 있었다. ‘대통령의 슈트’로 유명한 브룩스브러더스에서 특별 제작한 양복이었다. 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를 시작으로 도널드 트럼프까지 역대 45명의 미국 대통령 중 40명이 이 브랜드를 입었다.




1818년 당시 45세였던 헨리 샌드 브룩스(1772~1833)가 뉴욕에 자신의 이름을 딴 ‘H & D H Brooks & Co’라는 양복점을 차린 게 시초다. 1850년 엘리샤·대니얼·에드워드·존 등 아들 4명이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브룩스 형제들이 운영한다는 뜻으로 명칭이 브룩스브러더스로 바뀌었다. 1845년 미국 최초로 기성복 컬렉션을 출시했다. 폴로 선수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셔츠칼라의 옷깃을 단추로 고정한 ‘폴로 버튼다운 셔츠’에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승승장구하던 브룩스브러더스는 1988년 영국 브랜드 ‘막스앤스펜서’로 넘어가면서 흔들렸다. 새 주인이 대중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자 침체를 거듭했고 2002년 이탈리아 업체 룩소티카 창업주의 아들인 델 베키오가 매입해 전환기를 맞았다. 다시 ‘아메리칸 클래식’에 집중했고 이듬해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다. 누적적자로 파산을 신청했고 올해 8월 쇼핑몰 업체와 의류라이선스 업체가 합작해 세운 스파크그룹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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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 불복을 선언하면서 브룩스브러더스가 다시 소환됐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무장해 개표소 앞에서 시위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브룩스브러더스 폭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00년 대선 때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의 승부처였던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투표소 난입 사건을 브룩스브러더스 폭동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당시 난입했던 공화당 지지자들이 브룩스브러더스 정장을 입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비극이 다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정민정 논설위원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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