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세계 통상정책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기업이 ‘제2의 베트남’으로 주목받는 말레이시아로 수출과 투자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9일 펴낸 ‘베트남+1, 말레이시아를 주목하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아세안 수출의 50.7%, 해외직접투자의 46.8%는 베트남에 집중됐다. 아세안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대부분이 베트남에만 공을 들인다는 실증적 결과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환율 조사를 통해 관세부과 등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면서 “베트남 이외 국가로 수출 및 투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베트남 플러스 원’ 전략으로 말레이시아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7.8%로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높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비즈니스 환경 순위에서도 190개국 중 12위에 올랐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1만 달러가 넘는다. 특히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말레이시아의 고급소비재 수입이 연평균 9.1%씩 고성장하면서 작년 말레이시아의 소비재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돌파했다. 아울러 중간재 수입에서도 지난해 전기·전자·반도체 등 고위기술 품목의 수입 비중이 37.5%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2010년 8.7%에서 2019년 4.7%로 감소세를 보인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중국과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석유·화학제품, 플라스틱·고무제품 분야에서 고부가합성수지·고흡수성수지 등 기술집약도가 높은 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의윤 무역협회 연구원은 “말레이시아 시장은 시장 매력도가 높아 소비재 수출 및 서비스업 투자 형식의 진출이 유리할 것”이라며 “정보통신(ICT), 스마트 시티 등 양국 협업 시너지가 높은 4차 산업부문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연구원은 “투자 부문에서는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투자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자동차 공유·정수기 렌탈 서비스 등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선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후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