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희옥 칼럼] 바이든 당선자를 보는 중국의 눈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트럼프와 달리 대중 정밀타격 예상

中, 버티기 후 협력공간 모색할 듯

양측 경쟁은 한국에 부담이자 기회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선택지 필요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 언론은 미국의 개표상황을 보도하면서 유독 폭력과 선거 불복이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내심 바라는 이유도 미국이 얼마나 더 망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적 부족주의(tribalism)’로 갈라진 미국의 민심을 통합하며 중산층을 복원하고 얼룩진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정책 우선순위에 둘 것이다. 실제로 선거기간 동안 캠페인의 대부분이 국내 정치였고 외교정책과 대중정책의 미션은 분명하지 않았다.

중국도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라면 비이성적인 강경 의지와 이성적인 강경 의지에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펀치게임을 시작한다면 당분간 맷집게임으로 응수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미국과 ‘강 대 강’으로 부딪히기에는 종합국력의 격차가 크고 마땅한 대응수단이나 중국에 우호적인 세력도 없어서다. 미국 대선 이후 뒤늦게 미중 관계 관리에 집중하는 동안 주변 지역을 관리하는 데 소홀했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도 안정적인 우군을 확보하지 못한 소프트파워의 한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최악 상황을 가정한 보텀라인 사고 속에서 소프트파워 건설, 미국의 반중 동맹에 대한 대응, 산업 분야의 디커플링 딜레마 극복, 핵심기술의 자율적 혁신능력 제고 등을 이루고 군사와 이데올로기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강력한 통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을 극복하고 경제회복력을 확보하는 등 실력양성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국내대순환을 위주로 국제대순환을 결합하는 한편 안보에 필요한 최대한의 기술 자립화와 중국공급망을 확보하고자 했다. 최종소비재로서의 중국 시장이 매력을 잃는다면 미국과 동맹국 연합의 총공세를 견디기 어려울 뿐 아니라 향후 미중 전략경쟁에서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봐서다. 실제로 중국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면서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4.9% 성장했는데 이 추세라면 주요 경제체 중에서 중국 홀로 연간 2% 전후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동력을 기반으로 내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아 시진핑 체제의 업적 정당화를 강화하고 미중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할 것이다.

관련기사



미국도 ‘계획 없는 전쟁’을 벌였던 트럼프와 달리 동맹국과 함께 반도체 등 중국의 아픈 곳을 정밀타격할 태세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식 보호주의가 나타날 여지도 충분하다. 바이든은 정략적 관세 폭탄 등 미중 무역마찰에 대한 트럼프식 접근을 비판했지만 이를 중단한다거나 유예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 더 나아가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중국-인도 국경 문제 개입, 미국의 애플리케이션 차단을 통해 중국 내부 변화를 촉발하는 ‘평화전복(peaceful evolution)’을 시도할 수도 있다. 중국이 상호의존의 무기화를 통해 버티는 데 성공한다면 미중 양국은 갈등의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기후변화와 핵레짐에서 협력공간을 모색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과 미중 전략경쟁의 본격화는 한국에도 부담이자 기회다. 미국이 동맹과 다자주의의 이름으로 대중국 봉쇄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다른 한편 동맹국의 선택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방안을 수용하는 것은 기회다. 우리 외교부는 일단 ‘타국을 자연적으로 배제하는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총론적으로 옳지만 다가올 파고에 비하면 추상적이다. 이제 한미동맹에 편승해야 한다는 주장도 외눈박이식 접근이다. 현재로서는 최대한 미중 전략경쟁에 연루되지 않고 연루의 시기를 늦춰야 하며 민감도를 줄일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을 잘게 쪼개 선택지를 확대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