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 금융 관계사도 탈(脫)석탄 대열에 합류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관련 보험도 인수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탈석탄 전략이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국내에서도 탈석탄 금융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자산운용·삼성증권·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 관계사 5곳은 탈석탄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우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직접적 투·융자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삼성화재는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보험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까지 마련했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 2018년 6월 이후 석탄 발전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데 투자 중단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도 석탄 채굴·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 등을 포함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다음달부터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이들 금융사는 신재생에너지·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는 데 뜻을 모았다. 개별 금융사는 다음달 각 이사회에 ESG 경영 추진 전략을 보고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ESG 경영은 재무성과 외에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활동으로 미국·유럽 등에서는 기업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탈석탄 정책 강화를 결정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은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 금융 관계사의 탈석탄 선언은 그룹 내 세 번째로, 지난달 27일 삼성물산이 국내 비금융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탈석탄 선언을 한 데 이어 이틀 후인 29일 삼성전자도 3·4분기 실적발표에서 ESG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금융사의 탈석탄 선언이 손에 꼽히는 만큼 이번 계기로 금융권 내 탈석탄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서는 1월 DB손해보험이 탈석탄 선언을 한 데 이어 KB금융이 9월 금융그룹 최초로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으로 친환경 투자·녹색금융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국내 금융사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