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백신 개발·경기 회복 기대에…가치주 몸값 쑥

이달 코스피 운수·창고 최대폭 상승

바이오·2차전지 주춤...화학·기계 선전

증권가 "당분간 주도주로서 긍정적"

금리 상승땐 성장주 가치하락도 한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와 미국 대선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가치주에 대한 시각이 한층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이달 주식시장에서는 가치주의 강세가 추세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추세가 이어질 것이냐인데 증권가에서는 가치주들이 단기적으로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업종지수 중 이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업종은 운수·창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운수·창고 업종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21.22%나 올랐다. 이 지수에는 HMM(011200)·대한해운(005880) 등 해운사와 한솔로지스틱스(009180)·한익스프레스(014130) 등 택배 관련 종목, 그리고 항공주들이 담겨 있는데 대체로 시장에서 가치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운수·창고 업종 외에도 기계(15.14%)·화학(13.08%)·증권(10.08%)·철강(10.49%)·금융(10.36%)·운송장비(9.85%)·유통(9.63%) 등 코스피지수 상승률(9.20%)을 웃도는 성과를 보인 지수들 역시 가치주 중심의 업종들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달에는 지수가 하락했고 운송장비와 전기·전자 업종은 코스피지수보다 더 떨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가치주가 많은 대형주 지수도 소형주 지수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9.23% 올랐지만 소형주 지수는 7.98%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달 들어서면서 상승률 상위 리스트도 화학·기계·해운 및 운송 업체들이 장악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매달 상승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바이오·제약, 2차전지·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이름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는 했지만 이달 들어 더욱 분명하게 바뀌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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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들이 이달 들어 초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의 효과가 있음을 밝히면서 앞으로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이 때문에 최근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주도주로서 가치주에 대한 평가가 예전보다 더욱 긍정적으로 변했다. 3·4분기까지만 해도 성장주의 주도권이 지속되는 가운데 저평가된 가치주의 일시적 강세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주에 대한 기대는 유지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가치주에 ‘베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 가치주의 강세를 지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내년부터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들의 이익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경우 성장주들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묻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를 뛰어넘는 성장을 보여주는 ‘성장기업’들이 아니라면 시장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당장 다음 분기에 실적이 급증할 업종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그 업종에 자금을 쓸어 넣는다”며 “꿈을 먹고 크는 ‘기술성장주’에 자금이 그대로 머무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도 가치주의 평가를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금리가 상승하면 현재 시점에서 평가받은 성장주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화의 강세는 가치주 투자 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유입을 불러오기 때문에 강세 요인으로 꼽히며 연말 배당도 가치주의 매력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업종에 국한될 수도 있는 만큼 가치주도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덜 올랐거나 경기 회복에 기댈 수 있는 경기민감(시클리컬) 업종에 대한 관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들어 수급 손바뀜이 나타나고 있는데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추가적으로 유입될 여력이 있는 업종도 관심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2~3개월 동안 가치주 중심 키 맞추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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