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에 개인 투기자금이 몰리면 시장의 특수성을 투자자에게 알리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통해 돈을 벌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투기 열풍에 편승해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네요. 정부 당국이 걱정스럽습니다(자산운용사 관계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는 금융 당국의 제도 개편 추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개인배정 물량을 기존 20%에서 30% 확대하고 일부 개인 배정 물량의 배정 방식을 균등방식으로 바꾸는 정부안이 공개됐다.
◇패널 전원 “개인 물량 확대 반대”…하이일드펀드 혜택 축소도 뭇매
하지만 공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주최 측인 금융투자협회에서 섭외한 패널 5명 전원이 개인 배정 물량 확대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례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전진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공모주 열풍은 개인 직접 투자의 증가로 감성적 투자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며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 여기에 정책을 끼워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핫마켓과 콜드마켓의 반복은 투자자 심리에 따라 언제든지 일어나는 현상인데 단기적으로 핫마켓이 된다고 갑자기 제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찬반 의견을 나눠야 할 패널토론임에도 패널들의 의견이 한 방향으로 모이자, 정부안을 들고 나온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조차 “(공모주는) 위험한 주식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관배정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패널들은 하이일드펀드의 배정 물량 중 5%를 개인에게 배정하기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부문 상무는 “저희 내부자료를 보면 공모주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은 90% 이상이 10영업일 이내에 매도하는 투기적 성격을 띠는데, 상장 이후 성과가 좋을법한 인기공모주는 몇 주 못 받고, 비인기종목은 많이 배정받다 보니 손실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개인의 공모자 투자를 독려하고 싶다면 차라리 자금이 빠지고 있는 공모주 펀드를 활성화해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개인투자자의 반발에 동조해 성급하게 제도 손질에 나선 당국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
이진우 삼프로TV 대표는 “(분배의) 문제 때문에 공모주 배정 제도 개편에 나섰다가 IPO 자체를 흔드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어 전문가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이 문제는 돈이 될 게 뻔한 공모주를 왜 제대로 분배하지 않느냐 하는 감성 차원의 문제라서 배정방식을 일부 바꾸는 것만으로는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셉 권 씨티증권 홍콩 ECM부문장은 “홍콩과 싱가포르는 10%, 미국은 더 적은 양을 개인에 배정한다”며 “분배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개선했다가 이후 상황이 반전됐을 때를 감안하면 현재 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선 금융당국에 불만 쏟아져…자본시장서 ‘편 가르기’ 재연
이날 공청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인원에 대해 사전신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참석자는 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자연히 질의 응답에서도 금융 당국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에 개인 투기자금이 몰리면 시장의 특수성을 투자자에게 알리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통해 돈을 벌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투기 열풍에 편승해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며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 열린 자리란 생각 들지가 않고 오히려 왜 이런 자리가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드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기관이 아니라 개인의 비중을 현재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본다”며 “20%를 30%로 늘리면 1억 내고 2주 받을 걸 3주 받게 되는 건데 (당국이) 정말 제도 전체를 흔들 정도의 필요성이 있는지, 개인들이 공모주의 변동성이나 밸류에이션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처럼 정책성 상품이 2~3년 있다가 없어지는 게 반복되는데 정책상품이 영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모주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노골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며 금융당국의 최종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 커지게 됐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공청회의 실효성을 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제도 개선이 업계와 개인투자자 간 갈등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며,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을 두고도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청회의 분위기와 달리 이날 금융당국의 공모주 제도 개선안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 개인 투자자는 “두고 보긴 해야겠지만, 각종 온라인 카페나 투자 소모임 등지에서는 개인 물량 늘리는 부분은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