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군사·안보 전문가들을 비롯해 상당수 국민 사이에서 북한의 위협을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변국인 일본과 우리의 동맹국 미국에서도 이런 우려가 제기됐다.
그 이유는 바로 북한의 열병식에서 소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지난 10월10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여러 가지 신무기를 선보이며 ICBM을 공개했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무기에는 방사포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도 포함됐지만 신형 ICBM이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ICBM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탄도미사일과 그 종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탄도미사일이란 로켓에 의해 일정한 궤도와 방향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말한다. 탄도미사일의 종류는 사정거리에 따라 전술탄도미사일(T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ICBM 등으로 나뉜다.
사정거리를 보면 △TBM은 300㎞ 이하 △SRBM은 300~1,000㎞ 이하 △MRBM은 1,000~3,000㎞ 이하 △IRBM은 3,000~5,500㎞ 이하 △ICBM은 5,500㎞ 이상이다. 5,500㎞ 이상 사정거리의 미사일은 다른 대륙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장거리전략미사일’이라고 불린다.
ICBM이 위협적인 것은 우선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폭탄 운반체인 ICBM은 곧 ‘핵미사일’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ICBM에 핵폭탄이 아닌 재래식 폭탄의 탑재도 가능하다. 하지만 엄청난 ICBM의 제작·발사 비용을 감안하면 군사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ICBM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이다. 북한이 ICBM과 핵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ICBM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사정거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위협적이기도 하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ICBM을 통해 남한 전역은 물론 세계 어느 곳이든 핵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CBM은 요격이 어렵다는 점에서도 위협성이 강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ICBM은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한다. 이때 속도는 마하 25~30가량이고 이를 요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ICBM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ICBM 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중국·인도·이스라엘 등 5개국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ICBM을 보유한 나라들은 모두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는 국가들”이라며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ICBM 보유국으로 공식적 인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사실상 북한도 ICBM 보유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이 세계 여섯 번째 ICBM 보유국에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이미 2012년 ‘광명성 3호’를 통해 ICBM 기술을 습득했음을 과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광명성 3호라는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우겠다고 대내외에 알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광명성 3호가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ICBM 발사 시험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ICBM에 대한 시험을 인공위성 발사로 위장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때문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라 ICBM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시험을 할 수 없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는 북한이 2006년 10월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채택한 대북 결의안이다. 이 결의안은 북한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도 북한이 단거리든, 장거리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국제사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2012년 12월 외신기자까지 초청해 광명성 3호 인공위성 발사 계획과 과정까지 설명하는 과감성도 보였다. 당시 광명성 3호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미사일 발사장에서 ‘은하 3호’라는 로켓(발사체)에 탑재돼 발사됐다. 은하 3호는 1단부터 3단까지 완벽히 단 분리에 성공한 뒤 광명성 3호를 지구 저궤도에 정상적으로 올렸다. 이때 한국과 미국이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광명성 3호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주장한 인공위성은 궤도에 올라 정상적으로 지구를 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광명성 3호는 전파를 송수신하는 인공위성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광명성 3호 발사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이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광명성 3호가 지구 궤도에 정상으로 올라간 건 맞지만 이는 그냥 쇳덩이 하나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며 “당시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가장해 ICBM에 대한 실험을 한 것이 드러났고 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광명성 3호가 실제 인공위성은 아니었지만 북한은 은하 3호라는 로켓에 대한 실험을 제대로 한 것이다. 발사체인 로켓에 통신장치를 탑재하면 인공위성이고, 폭발물을 탑재하면 미사일이 되는 것이다. 이에 광명성 3호 발사 당시 우리 군과 과학자들은 이를 ‘인공위성’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장거리미사일’이라고 지칭했다. 북한이 은하 3호 로켓에 쇳덩이만 실었을 뿐 마음만 먹으면 폭발물도 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광명성 3호를 우주에 실어 나른 은하 3호의 사정거리는 6,000~7,00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 기술이 2012년에 비해 더욱 발전해 이제는 전 세계 곳곳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향상된 것으로 분석돼 북한의 위협은 더욱 높아지는 실정이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모든 국력을 군사력에 집중하는데 특히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한다”며 “현재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장거리로 미사일을 날리고 또 정밀타격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10월에 공개한 ICBM은 사정거리가 최대 1만3,000㎞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신형 ICBM은 탄두부의 크기가 증가한 것으로 미뤄 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미사일’ 형태로 발전한 게 특징이다. 다탄두 ICBM은 미국과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군사 강국들만 보유한 전략무기로 동시에 2곳 이상을 타격할 수 있다. 하나의 ICBM에 2개의 탄두를 장착하고 발사했을 때 두 탄두의 타격지점 간 최대거리는 평균 1,000㎞에 이른다. 미국 워싱턴 DC와 뉴욕 간 거리가 약 40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신형 ICBM은 이 두 곳을 동시에 타격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경기대 북한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북한이 공개한 ICBM을 보면 다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사거리도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사일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일본 등 주변국을 위협하던 북한이 이제는 미국을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미사일로 위협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현재 우리가 가진 탄도미사일 중 가장 성능이 좋다는 현무미사일의 사정거리가 800㎞임을 감안하면 북한과 미사일 전력에서 많은 차이를 볼 수 있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우리도 미사일 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