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기 위해 등록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분야의 특허 3개 중 1개는 기술보증기금 보증대상에서 제외되는 C등급(CC·CCC 포함)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소부장 분야 특허 출원을 위해 예산만 늘릴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공공 간의 기술개발을 촉진시키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경제가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출연연들이 지난 1년간 소부장 분야 연구성과로 내세운 1,250건의 특허 중 출원이 완료된 530개를 대상으로 기보의 자동특허평가시스템(LPAS)으로 분석한 결과 34%가 C등급 이하로 집계됐다. C등급 이하 특허는 기보에서 취약한 경쟁력 등을 이유로 보증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고 있어 실제 기술화가 어려운 특허를 의미한다. 반면 A등급(AA·AAA 포함) 이상을 받은 비중은 7%에 그쳤다. 기보는 전체 특허 중 상위 23%에 해당하는 수준일 경우 A등급을 부여하는데, 이번 조사로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등록한 소부장 특허가 국내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앞서 25개 출연연을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지난 9월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현황을 담은 성과보고서를 공개했다. NST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특허 출원·등록 1,250건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로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여당 내에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소부장 분야의 기술개발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소부장 관련 예산을 1조원 가까이 투입하고도 올 한 해 기술이전은 292건, 기술이전료는 217억원에 머물렀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소부장 예산은 △2019년 1조1,059억원 △2020년 2조725억원 △2021년 2조5,611억원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대한변리사협회 산하 ‘소재부품 기반 기술 국산화를 위한 원천특허대책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조우제 변리사는 “중소기업에서 출연연 특허 중 쓸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봐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아왔지만 실제로 기술이전 등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될 만한 특허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실제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했던 3대 품목의 경우 해외출원 비중은 일본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연연이 산업계를 대상으로 기술수요 등 사전조사를 철저하게 한 뒤 연구개발과 특허 등록 역시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문화가 시급히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출연연은 그동안 특허등급 평가할 때 기술보증기금이 아닌 발명진흥회의 프로그램을 주로 이용했다”며 “기관별로 판단 기준이 다르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기술이전이 완료된 특허 중 A등급이 아닌 것도 적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