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새 행정부의 국가운영에 대한 기본 철학은 크게 차이가 난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지출을 대폭 늘렸으나 감세와 규제완화 그리고 복지지출 축소 등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적 보수주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은 재정지출 확대, 증세, 규제강화, 복지확대 등 큰 정부를 지향하는 진보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그러나 두 행정부가 자국이익 우선 정책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방법의 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즈니스 협상처럼 막강한 경제력과 협상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도 마다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반면에 바이든은 전통적인 동맹국 간의 협조와 타협을 통해 미국의 이해를 관철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 내부 사정과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패권이 위협받는 국제정치 환경에서 미국 입장에서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이냐 하는 것은 지켜봐야 할 사항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2조2,000억달러 상당의 경기부양이나 다자간 무역질서하에서 공정무역을 통한 세계무역 확대 등은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경제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코로나19 대응 강화에 따른 사회적 격리 확대 조치나 환경기준 강화 정책 등은 우리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경기부양을 위한 지속적인 양적완화로 당분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달러화의 약세가 예상된다. 이 경우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그러나 위안화·엔화와 같은 우리와 경쟁하는 다른 국가들의 통화 역시 강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원화의 실효환율은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해 고립주의가 아닌 동맹국 간 협력강화를 통해 대처하는 전략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은 21세기 신냉전체제로의 돌입을 의미하고 미국은 동맹국에 보다 확실한 선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사드(THAAD) 보복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우리는 대외무역 포트폴리오를 보다 폭넓게 다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우방으로서의 위치를 강화하고 있는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더욱 긴밀히 하고 일본과의 경직된 외교관계를 개선해 경제교류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쟁적 우위가 있는 부품·소재 그리고 지적재산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확보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 보다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 및 온실가스 배출 축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자국뿐만 아니라 통상관련국에도 강화된 환경관련 규제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환경관련 산업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모는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수준이다. 따라서 환경 및 기후변화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및 친환경제품 개발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주시해야 할 사항은 비록 바이든 행정부가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자 하겠지만 미국의 물가상승이 예상되고 국채발행 확대로 인해 시장금리가 상승할 확률도 상당하다. 그럴 경우 과도하게 부채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거품붕괴와 경제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국가부채 수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기업 및 가계 부문의 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