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대학이 K팝 강의에서 방탄소년단(BTS) 관련 내용을 빼라고 주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BTS가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한 것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쓰촨대와 미국 피츠버그대가 중국 쓰촨에 공동 설립한 쓰촨대-피츠버그인스티튜트(SCUPI)의 한국인 조교수 정아름(37) 씨는 지난달 경영대에서 K팝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강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학교 당국으로부터 BTS와 관련한 부분을 삭제하라는 얘기를 들은 후 강의를 거부했다. 정씨는 “학교 당국이 강의 내용을, 그것도 (중국) 국수주의자들이 뿜어낸 터무니없는 주장 때문에 검열하려는 것에 화가 났다”며 “나는 자기검열을 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중국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BTS가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해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하자 중국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중국 누리꾼들의 BTS 공격이 거세게 이어졌고,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BTS가 광고한 상품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내리며 ‘중국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SCMP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중국의 수많은 밀레니얼이 한국의 K팝에 매료된 가운데 K팝이 중국 당국에 의해 ‘정치적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거주하는 12만 한국인이 양국 간 정치체계와 미국에 대한 시각 사이에서 시험에 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류가 높은 인기를 누리던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을 내리면서 한류에 빗장을 건 이후 지금도 여전히 K팝 스타의 중국 본토 공연이 제한되고 한류 스타의 중국 활동이 막히는 등 파장이 계속되는 것이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SCMP에 “나는 10년 넘게 중국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공산당은 위협적이다”라며 “한국 학생들이 한국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일지라도 중국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