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은 16일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옳으냐 그르냐)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이날 “(이번) 수사는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월성 원전 관련 수사 배경을 놓고 ‘정부 정책에 대한 수사는 수사권한 남용’이라는 여당 반발과 ‘탈원전은 사기극’이라는 취지의 야당 주장이 연일 정쟁으로 비화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9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근 검찰이 정부 정책(탈원전)을 수사하며 국정에 개입하는 정치 행태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11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그야말로 정치적 목적의 편파, 과잉수사가 아니라고 할 수가 없게 된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복심’이라고도 불리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 그 자체를 감사 또는 수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반해 이번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 국민의힘에서는 연일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6일 “탈원전 정책이야말로 자해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 다수의 위법 행위가 이미 구체적으로 드러났는데, 수사기관이 이를 묵과한다면 그 자체가 직무유기”라며 수사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철규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산업부,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모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칼날이 청와대를 향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쏟아지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최근 산업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를 맡은 모 회계법인 등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에 이어 원전 폐쇄 결정에 직·간접 관여한 관계자를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 명단에는 청와대 파견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산업부 공무원들도 다수 껴 있다.
지난달 20일 감사원은 2018년 4월 2일 채희봉(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이 산업부 공무원에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방안을 장관에게 보고한 후 이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백운규 전 장관은 직원 질책과 보고서 재검토 등 지시를 통해 ‘한수원 이사회 조기 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할 것’이라는 취지의 산자부 방침을 정하게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이 윗선으로부터 부적절한 지시를 받았는지 검찰이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는 “수사 상황에 대해 일일이 답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