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의 기세를 몰아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 주석은 2주일 동안 5개의 정상회의에 직간접적으로 참석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는 한편 경기회복을 발판으로 한 내부 단속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지난주 말 체결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를 환영하고 나섰다.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RCEP를 통한 무역 통로 다변화를 시도해왔다는 점에서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군 확보에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에서 “중국 등 15개국이 세계 경제의 3분의1을 아우르는 RCEP에 서명했다”면서 “이번 협정 체결은 전 세계 다자주의를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강조했다. 바오젠윈 인민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RCEP는 중국이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무역자유화와 글로벌 시장질서 확립에 앞장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외신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RCEP가 새 세계질서에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것”이라며 “결국 중국이 승자”라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빠진 RCEP를 통해 중국이 아시아 지역 내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이번주 잇따라 다자간 정상회의를 갖고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부각에 나선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7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비롯해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1~22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각각 참석한다.
모두 화상 방식으로 개최되는 회의여서 시 주석이 베이징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정상회의를 하루 간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대단한 강행군이다. 앞서 지난 10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화상 정상회의 참석과 15일 RCEP의 리커창 총리 대리 참석을 포함하면 시 주석은 2주간 다섯 번의 정상회의를 치르는 셈이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은 이번주 정상회의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대처 등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의 행보는 국내에서도 최근 활발하다. 시 주석은 12일 상하이 ‘푸둥 개발·개방 30주년 축하 대회’에 참석해 “2050년께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려면 기술 자립을 위한 ‘혁신 엔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4일까지 상하이 인근의 장쑤성을 시찰하며 ‘장강(양쯔강)경제벨트’ 발전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이런 가운데서도 13일 공산당의 신시대 강군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국 인민해방군 연합작전 강요’도 비준하며 군의 기강을 다잡았다.
미국 대선 이후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피하는 동시에 차기 행정부에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줄타기도 이어가고 있다. 13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결국 “미국 인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조 바이든 선생과 카멀라 해리스 여사에게 축하를 표시한다”고 언급한 것도 차기 행정부와의 갈등요인을 없애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둔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만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것이 시 주석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증가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 전망치인 6.5%를 웃돌았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내수소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소매판매는 4.3% 늘어나며 석달째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가장 회복이 더뎠던 외식 부문의 증가율도 0.8%를 기록하면서 올해 처음 플러스 수치를 나타냈다. 푸링후이 통계국 대변인은 “서비스 산업이 좋은 회복 추세를 보이면서 소비가 개선되고 있다”며 “중국의 4·4분기 경제성장은 3·4분기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