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고소득자 옥죄기에...신용대출 나흘새 1조↑

[과한 정책에 탈난 시장]

규제시행 전 "일단 받고 보자"

5대 은행 잔액 130.5조 달해

마이너스통장 개설도 두배 늘어




고소득자를 겨냥한 ‘영끌’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나흘 새 5대 은행에서만 신용대출이 또다시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미리 받아놓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마이너스통장을 미리 열어두려는 수요도 두 배 넘게 늘었다. 집값 급등과 연이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신용대출까지 끌어야만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부동산 실수요자들로서는 ‘가수요’가 아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잠재우기를 위해 개인의 상환능력에 따라 돈을 빌리는 신용대출마저 정부가 틀어막으면서 금융시장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17일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이들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130조5,06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13일 신용대출 규제 강화책을 발표하기 전날인 12일에 비하면 1조12억원 늘었다.


규제 발표 직후 주말 동안 비대면 창구로 5대 은행에서 새로 받아간 신용대출은 일주일 새 세 배나 뛰었다. 14~15일 이들 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은 총 2,969건, 금액으로는 738억원이 신규 실행됐다. 불과 일주일 전인 7~8일(1,754건·255억원)에 견주면 건수는 두 배, 금액으로는 세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건당 평균 대출액도 1,454만원에서 2,485만원으로 1.7배 늘어 대출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소득·고신용자의 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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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쓸 용도가 아니어도 앞으로 필요할 때 돈을 꺼내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도 급증했다. A은행의 경우 14~16일간 신규 취급된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이 2,262건, 약정액 기준으로는 1,207억원에 달했다. 일주일 전보다 각각 1.7배, 2.4배 늘었다. 직장생활 9년차인 김모(36)씨는 “자녀교육을 위해 이사를 계획했다가 집값이 너무 올라 내년 이후로 미룬 상황이라 당장 대출이 필요하지는 않다”면서도 “다음 달부터 신용대출까지 규제 대상이라는 소식에 서둘러 일단 마이너스통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며칠 새 또다시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신용대출까지 포함한 추가 규제 시행을 앞두고 김씨처럼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따라 오는 30일부터는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14일 안에 신용대출을 갚아야 한다. 여기에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제도 새로 받는다. 이 규제가 개인별로 적용되면 이미 고액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고소득자는 상환능력이 있어도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기 어렵게 된다.

제도 시행 이전에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가 이후에 이를 단순히 연장하거나 금리·만기 조건만 변경해 재약정하는 사람이라면 규제 대상이 아니다. 또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일단 규제가 시행되면 실제 사용한 금액이 아니라 약정한 금액이 신용대출 총액으로 계산된다. 이 때문에 시행일인 이달 30일 이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B은행 관계자는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와 리스크 관리는 은행의 핵심 역량”이라며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융기관에 차주별 DSR까지 ‘선 긋기’로 규제하는 것은 금융기관과 차주를 유치원생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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