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건설 근본적 검토 필요’란 문구로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결정한 것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서 협치의 과정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검증위의 검증 결과, 부산시가 그동안 제기한 안전과 소음, 환경 등의 문제가 상당 부분 인용됐을 뿐만 아니라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김해신공항 주변 경운산, 임호산 등 장애물 절취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란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변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본격적으로 ‘가덕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한 후속 조치에 돌입할 것임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특히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2030부산월드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도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가덕신공항이 조속히 건설돼야 한다”며 “그동안 신공항의 수요 등은 충분히 검토됐으니 불필요한 중복 검토는 무의미하다”고 속도를 강조했다. 신공항 건설이 2030 부산 월드 엑스포 이전에 마쳐야 한다는 점을 들어 2022년께 착공해야 한다는 게 부산시의 입장이다. 공항 건설 공사에는 7년 정도 걸린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신공항 건설의 필수절차인 사전타당성 조사 및 예비 타당성 조사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조속한 신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사전절차 간소화 및 개발사업의 특례, 국비 지원 등을 규정하는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 등 법제화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변 권한 대행은 국회와 여야 정당에 정식 법제화를 요청하고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부산 시민은 물론 울산, 경남과도 광범위하게 협의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시민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변 권한대행은 “최근 중앙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가덕신공항 적정성 용역 예산 20억이 증액돼 최종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실 그동안 검증위 검증 결과에 대해 시 관계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이날 검증위의 검증 발표로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부울경 시도민의 염원인 가덕신공항 유치 전망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에서는 검증위의 발표를 적극 환영하는 가운데 신속한 가덕신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및 성명 발표 등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 기초지자체장 최초로 가덕신공항 지지 선언을 한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지역주민과 함께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도심에서 항공기 탑승 체크인과 화물 수송 처리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도심공항터미널 건립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경제권도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가덕신공항은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부·울·경이 신공항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부·울·경이 철도·해양·항공 물류의 중심지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가덕신공항 문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리고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도 가덕신공항 추진에 대해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동남권관문공항은 지난 1995년 부산시의 부산경제종합발전대책이 그 시작”이라며 “무려 25년 이상 비상하지 못했던 동남권 관문공항의 꿈이 이제야 본궤도에 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보정당들은 공항 관련 논의를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논평에서 “일체의 논의를 유보하고 거기 들일 시간과 비용을 탈 탄소와 녹색 전환으로 돌리자”고 말했다. 진보당 부산시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지역갈등만 야기했던 신공항 관련 발표를 보궐선거와 대선을 앞둔 시점에 하는 이유가 심히 의심스럽다”며 “정략적 의도가 명백한 이번 신공항 논의는 코로나 종식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와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부산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반색했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남부권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압축할 수 있는 광역교통망 확충을 앞당기고 현재 추진 중인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봤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24시간 운영 가능한 가덕신공항의 존재로 인해 부·울·경은 부족한 첨단산업 유치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동북아 복합물류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부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국토부는 이번 검증위원회의 발표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하루빨리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800만 부·울·경 시·도민이 바라는 관문공항 건설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 말했다.
부산시민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산시청 취업연수생인 박운동(30) 씨는 “집(사직동)에서 출발하면 김해공항보다 가덕신공항 예정지가 더 멀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며 “김해공항 확장안은 여객 수요나 지역민의 여행 욕구, 안전성 등을 충족시키기에는 초라한 게 사실”이라 말했다. 반면 사하구에 거주하는 김현두(44) 씨는 “먹고 살기 빠듯한 서민들에겐 김해공항 확장이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문제는 국가의 큰 정책을 세우는데 지역 정치인들이 찬성과 반대 목소리를 먼저 내면서 개입해 정책 의도를 불순하게 만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가덕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부산시는 정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협력을 끌어내 행정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협조 없이는 행정절차를 진행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인데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국토부의 협력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후 다음 달 수립되는 ‘제6차 공항개발계획’에 가덕 신공항 건설 계획을 명시해야 한다. 계획에 포함되지 못하면 가덕신공항 건설 계획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울산과 경남 지역도 부산과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경남의 경우 지리산권과 남부 해안권, 중부권과 동부권 등의 이해관계가 갈리며 울산은 가덕도보다는 밀양이나 김해를 선호하는 여론이 많기 때문이다.
군위와 의성에 통합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구·경북의 반대 여론은 그동안의 강도에 비해 다소 누그러진 측면이 있지만 ‘김해신공항안 사실상 폐기’와 관련 과거 5개 시·도간 합의의 틀이 깨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경북은 가덕도 신공항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비난했다. 권 시장은 “김해신공항은 영남권 5개 자치단체가 갈등한 끝에 세계 최고 공항전문기관의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한 영남권 신공항의 대안으로, 부·울·경만의 공항이 아니라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전체를 위한 신공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금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어서 변경하려면 영남권 5개 시·도민 의사를 다시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