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11월 확 달라진 증시 키워드...외국인·대형주·반도체

동학개미 대신 외국인 매수 주도

코스피 운수·창고업종 17.8% 쑥

삼성전자 질주...하이닉스 10만원 눈앞

대형주 상승률 12.3%로 중소형주 압도




이달 들어 국내 증시 환경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동학개미’가 중심에 있던 거래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주도권을 내준 듯한 모습이고 증시를 이끌어가던 기술성장주들은 이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005930) 등 대형주 중심의 쇼핑에 나서면서 코스닥 시장보다는 유가증권시장이 훨씬 더 활력을 보이는 모습도 이채롭다. 전일 30개월 만에 2,500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 경신 기대감을 높였던 코스피지수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달 들어 달라진 시장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는 모양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은 업종은 운수·창고업종으로 월초대비 17.82% 급등했다. 이어 전기·전자업종이 15.6%로 뒤를 이었으며 증권(14.39%), 기계(13.8%)업종의 상승세도 거셌다. 이들 업종은 이달 들어 미국 대통령 선거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경기회복 가능성을 높게 봐 이들 업종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수·창고업종의 대장주 격인 HMM(011200)의 경우 이달 들어서만 44.3% 급등했고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라는 돌발 이벤트가 있기는 했지만 티웨이항공(091810)·제주항공(089590) 등 항공주도 30% 이상 급등했다. 이달 들어 가장 주가가 많이 뛴 종목들을 살펴봐도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을 만한 종목들이 대거 포진됐다.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녹십자홀딩스(005250)를 제외하면 이달 50% 이상 급등세를 보인 종목들은 대한해운·티웨이항공·아시아나항공·KCTC(009070) 등 항공·운송 관련 종목들이 많았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의 부활도 이달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불과 지난주 초만 해도 전기·전자업종은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오름폭이 적었지만 최근 급등세를 보이면서 증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연일 최고치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으며 SK하이닉스(000660)도 이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 오르면서 10만원대를 눈앞에 뒀다.


이런 모습은 지난달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지난달 가장 많이 오른 업종도 운수·창고업종이기는 했지만 6%대 상승에 불과했고 철강·금속, 종이·목재, 건설업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달 전반적인 약세장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동안 많이 오르지 못했던 콘택트·경기민감주들이 예열을 하는 시기였다면 이달은 이들 종목이 본격적으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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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나타난 또 한 가지 흐름은 증시의 주도권이 대형주로 넘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대형주는 12.35% 상승하면서 중형주(11.53%)보다 앞서고 소형주(7.97%)의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지난달 대형주는 2.53% 하락하면서 중형주(-1.56%), 소형주(-2.43%)보다 조정의 골이 더 깊었다. 9월 역시 소형주(1.36%)의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대형주는 0.3%밖에 오르지 못했다.

대형주의 초강세는 결국 대형주 중심의 투자를 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패시브 자금들이 밀려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복귀가 가속화되면서 연초 이후 국내 증시를 이끌어오던 개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5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개인들은 5조2,60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9월과 10월 개인이 6조원 넘게 순매수하고 외국인이 1조2,00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너무 비싼 반면 한국 증시에는 아직 싼 종목이 많아 앞으로도 외국인 매수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삼성전자 등 반도체와 조선, 은행 등 저평가 우량주들은 외국인들 입장에서 싸다고 판단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대형주·경기민감주의 강세는 시장 전체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강세와 코스닥 시장의 약세로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기술주와 바이오·제약주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진해 있어 최근 강세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12% 올랐지만 코스닥지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91%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날 증시는 그동안의 상승 피로감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확산하면서 약보합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서도 혼조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최근 변화 양상은 여전히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15%(3.88포인트) 하락한 2,539.15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가들은 3.524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면서 9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7월15일부터 26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수 이후 가장 오랫동안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순매수한 기록이다. 여전히 외국인들은 전기·전자업종(1,835억원)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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