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겨울이라지만 아직 곳곳이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아래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한국관광공사가 이런 고민을 덜어줄 11월 걷기 좋은 여행길 5곳을 선정했다.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길’을 테마로 아직은 인적이 드문 숲길, 억새풀을 실컷 볼 수 있는 길도 포함됐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코스 ‘사자평 억새길’은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고산들로 둘러싸인 8·9부 능선길이다. 1구간 억새 바람길부터 2구간 단조 성터길, 3구간 사자평 억새길, 4구간 단풍 사색길, 5구간 달오름길까지 5개 구간, 총 29.7㎞의 순환형 탐방로다. 사계절 내내 수려한 풍광으로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특히 색동옷을 입은 단풍과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춤사위를 볼 수 있는 추경이 으뜸으로 꼽힌다. 갈대를 따라 걷다 보면 죽전마을에서 재약산 정상을 지나 천황산 정상까지 오르게 된다.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지만 다소 험한 코스라 채비를 하고 떠나야 한다.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시작해 충청북도 단양군으로 이어지는 소백산자락길 6코스인 ‘온달평강로맨스길’은 보발재에서 시작해 방터·온달산성 등을 지나 영춘면사무소까지 총 13.8㎞, 4시간이 소요되는 길이다. 여정은 단양 시외버스 공용터미널 인근 다누리센터 앞 정류장에서 보발리행 버스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드너머재라고도 불리는 보발재는 관광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굽이굽이 단풍길’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화전민촌이 있는 방터 주변을 지나 길 후반부에는 드라마 ‘연개소문’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의 촬영지로 알려진 온달관광지가 있다. 도착지인 영춘마을은 남한강 줄기와 소백산의 절경을 함께 만끽할 수 있어 눈 호강을 하며 쉬었다 가기 제격이다.
전남 영광군 영광 칠산갯길 300리 5코스 ‘불갑사길’은 천년고찰 불갑사에서 시작해 불갑천을 따라 불갑저수지까지 사찰 주변을 따라 걷는 총 15㎞ 코스다. 대부분이 평지라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길은 불갑사 입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에 창건한 불갑사는 인도 간다라 출신의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법을 전하기 위해 지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주변에 꽃무릇 군락지가 있어 매년 여름과 가을 사이 여행객들이 몰린다. 불갑사 경내도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한 바퀴 돌아 도착 지점인 영광불갑테마공원에 도착하기까지 넉넉잡아 5시간이 걸린다.
인천 강화군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은 창후여객터미널을 시작으로 계룡돈대와 용두레마을·덕산산림욕장·외포여객터미널로 이어지는 총 13.5㎞의 비순환형길이다. 바다·평야·산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데 가을에는 왼쪽으로는 황금빛 들판을,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출발지점인 창후여객터미널 뒤편으로는 붉게 물든 칠면초와 길 곳곳의 억새들을 만날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제방길 중간에서 해안선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망월돈대와 계룡돈대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도착 지점인 강화도 외포항에서는 신선한 재료로 먹거리를 즐겨보길 추천한다.
제주 서귀포 ‘한남리 머체왓숲길’은 제주에서 아직은 덜 알려진 숲길이다. 머체왓은 돌이 엉기성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밭을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총 6.7㎞ 길이의 코스에 초원과 삼나무·편백나무 등이 어우러진 울창한 원시림을 비롯해 서중천 계곡까지 끼고 있어 제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머체왓숲길은 곶자왈처럼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있어 간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는 필수다. 마지막 구간의 서중천 습지부터는 왼편에 서중천을 끼고 내려온다. 제주에서 냇물을 벗 삼아 걷는 건 또 다른 매력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