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올해 장기CP(기업어음)를 주요 조달 창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올해 단기금융시장을 찾아 발행한 장기CP는 2조원에 육박합니다. 이날까지 총 1조6,700억원어치를 발행한 가운데 부산롯데호텔이 오는 27일 1,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예정입니다.
유입되는 현금으로는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사채를 상환할 계획입니다. 내년 4~5월이 상환 기일이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조달을 결정했습니다. 1년짜리 CP를 2년 이상으로 차환하면서 차입구조를 장기화해 비교적 안정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장기CP는 일반적으로 1년 이내의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금융시장에서 1년 이상 만기로 발행되는 채권입니다. 회사채와 달리 수요예측 등 의무가 면제되는 한편 신용도 평가도 회사채(20단계) 대비 12단계로 다소 완화돼 있습니다. 전매제한 등 조치를 걸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도 면제되지만 롯데그룹은 그렇게 하진 않았습니다.
이같은 행보는 유통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롯데그룹 특성상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확산되면서 불거진 신용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신용도가 낮거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공모 시장에서 투자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찌어찌 조달을 하더라도 발행금리가 높아지면서 개별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개별 금리)가 상승합니다. 추후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단 얘기입니다.
하반기 들어 장기CP 발행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우량등급 쏠림 현상이 심화했던 회사채 시장과 달리 단기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시장 금리가 안정세로 유지되고 있는 영향이지요. 지난 3월 한때 2.23%까지 치솟았던 CP금리(A1등급, 91일물 기준)는 지난달부터 1.11%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업과 은행의 신용도 격차를 보여주는 CP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차도 25bp(1bp=0.01%포인트) 수준을 등락 중입니다.
저금리로 차환 자금을 조달하면서 회사의 금융비용도 절감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부산롯데호텔이 발행하는 이번 2.2년물 금리는 2.6%입니다. 기존 보유한 1년 만기 사채의 경우 발행금리가 3~3.55%로 최고 1%포인트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