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 좋은 인공지능(AI) 로봇을 만들어야 앞으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좋은 인성을 가진 로봇에 대한 국제표준화를 선도하면 10년 내 노벨상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신윤식(84·사진) ㈜스마트논어 회장은 1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가 인류의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인간과 닮은 감성로봇에 대한 인성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가 좌우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대 사학과를 나온 그는 체신부 차관, 데이콤 사장, 하나로텔레콤 회장을 역임한 뒤 2년 전 스마트논어를 창업하고 한·중·일·베트남 등에서 논어를 통한 AI 윤리교육 보급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동방예의지국이던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와 정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신가치가 무너졌다”며 “AI 개발과 교육은 과학기술 측면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 도덕적 가치, 인성 함양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동양고전의 핵심인 ‘논어’를 활용해 요즘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논어’를 발간하며 인성교육에 나서고 있다.
그는 “2,500년 전 공자의 언행을 담은 논어는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도리’에 관한 것”이라며 “부모에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하고 친구끼리 신의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핵심정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지적하며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배려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금처럼 정신가치를 도외시하면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도 결국 도태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은 “‘왜 스마트논어냐’고 묻는데 원문을 중국의 고전 한자와 현대 간체자로 병기해 수록하고 우리말과 영어 번역을 함께 실었다”며 “저도 사학과를 나왔지만 논어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스마트논어는 당시 역사적 배경이나 상황을 중학교 3학년생 정도면 6개월이면 마스터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논어를 지난해 상편에 이어 최근 중편까지 펴냈고 내년에 하편을 내놓기로 했다. 자금 여력이 확보되면 공자의 아바타를 등장시킨 논어 게임 개발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논어를 AI에 적용해 인성 빅데이터를 만들면서 점차 불경, 성경, 동서양 고전을 활용한 인성교육에도 나서겠다”며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비가 내년에 27조원이나 되는데 그동안 R&D 지원기관에 7번이나 AI 인성 프로젝트에 관한 제안서를 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이는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하나로통신에서 초고속인터넷서비스(ADSL)를 처음 상용화하는 등 인생의 황금기를 정보통신 분야에서 보냈다”며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세월이 변해도 근본 바탕은 인성과 윤리도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래학자인 레이이먼드 커즈와일이 오는 2030년이면 인간의 뇌를 AI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나올 것이라고 한 사례를 들며 기술발전으로 오히려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말)가 오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도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사회지도층은 물론 젊은이들이 논어를 배우고 익혀서 체화해야 4차 산업혁명 물결에서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