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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건축문화대상-일반주거부문 대상] 구기동 125-1 공동주택

外人 라이프스타일 녹인 건축물

복도·정원 배치...골목 같은 역할

구기동 125-1 공동주택은 국제학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교사들의 사택으로 구기동 풍경과 자연스럽게 대응한다.구기동 125-1 공동주택은 국제학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교사들의 사택으로 구기동 풍경과 자연스럽게 대응한다.




요즘은 사라져가는 복도를 배치해 거주자들이 오가며 교류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삼았다.요즘은 사라져가는 복도를 배치해 거주자들이 오가며 교류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삼았다.


통창에 발코니를 내는 등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다른 공동주택의 형태를 제시했다.통창에 발코니를 내는 등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다른 공동주택의 형태를 제시했다.


공동주택은 어느새 보편적 특징을 갖게 됐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법은 없지만 새로 짓고 있는 공동주택을 비교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확장형’이라는 이름으로 실내 공간에 들어와 버린 발코니라든가, 통유리 없는 시스템 창호, 현관 앞 복도가 사라지고 한 층에 두 집 정도만이 계단을 공유하는 설계 같은 것들이 그렇다.

구기동 125-1 공동주택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동안 수없이 반복됐던 공동주택의 공간 구성방식이나 요소, 디테일을 총체적으로 다시 뜯어 본 건축물이다. 그 요소들을 재배치하거나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일반 주거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간삼건축이 설계하고, 웰크론한텍이 지었다. 건축주는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이다.


건축주가 외국인학교 재단인 이유는 이 건물이 국제학교에 근무하는 외국인 선생님들의 공동주택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 건축물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배려를 녹여 냈다. 주택을 직접 보수하는 일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취향을 반영해 내부 벽체와 천장 마감 등을 벽지 외에 도장으로 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상 1층에 입주자들이 가든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잔디와 데크를 마련한 것도 외국인 입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동시에 직장동료가 이웃이 되는 특수한 상황도 고려했다. 간삼건축 관계자는 “이 건축물은 고향을 떠나 먼 타국에서 삶을 영위하는 외국인 학교 선생님들의 공동주택”이라며 “거주공간 안에서 직장동료이며 이웃인 거주자들이 어떤 사회적 관계로 연결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계획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 결과 건축물은 위에서 바라볼 때 각각의 ‘ㄱ자’ 형상을 이루는 데, 안쪽으로 1층 마당과 층별 정원을 품고 있다. 마당으로 열린 복도도 있고, 층별 정원도 있다. 거주자들이 오가며 교류와 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골목길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한 취지다. 진입공간은 자그마한 화단이 있는 모서리의 출입구와 로비를 지나 1층 로비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동선 흐름과 천장 높이에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진입 동선을 일부러 조금 길고 느리게 유도한 설계는 주택 안에서 거주자들이 풍부한 여정을 즐기기 바랬던 설계자의 바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구기동 125-1 공동주택은 또 내부와 외부 사이에 풍부한 공간을 배치했다. 이 공간은 이웃 간 관계가 이뤄지는 공간이자, 건축물 자체가 서울 구기동이라는 공간과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익성을 중시해야 하는 일반 아파트에선 갖추기 힘든 공간이다. 집터는 남동쪽에 도로를 면하고 북한산 능선의 끝자락에 있다. 동시에 사방으로 열려있다. 대지 경계선에 맞춰 대로변 공공보도를 확장해 버스 정류장이 있는 담장 밖의 공간과 맞닿은 식이다. 로켓 향나무 등을 심어 건축물에서 동네를 바라보는 시각뿐 아니라, 건물 밖에서 동네 전체를 바라보는 풍경에 보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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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공간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발코니다. 아파트에서 발코니는 원래 바깥 공기를 접하는 공간으로 환기와 채광, 대피 공간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물론 1960년대부터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당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장독을 보관하거나 세탁물을 말리는 등 거주자의 생활보조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지금은 확장형 발코니라는 이름으로 발코니가 실내공간으로 전용되면서 아파트에서 발코니를 확보하는 건 드문 일이 됐다. 구기동 125-1 공동주택은 발코니 본연의 기능을 회복한 듯하다. 가구 구성원 각자가 실내에서 점유할 수 있는 실외의 개념으로서의 공간이자 아래 집의 차양 역할을 한다. 구성원들은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마당을 돌려받게 된 셈이다. 생색내기용 발포니가 아니라 실제 적당한 규모의 폭을 확보했다.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원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실내와의 경계는 투명한 창으로 연결해 공간감도 극대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기동 125-1 공동주택은 가구 수는 총 25가구, 15가구가 싱글을 위한 주거공간이고, 10가구는 2인 가구를 위한 더블유닛이다. 위치별로 총 8개의 세분화된 형태의 다양한 유닛을 담고 있다. 1인 가구용 싱글 유닛은 북한산을 배경으로 하는 거실과 남행으로 낸 침실로 아늑함과 프라이버시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블 유닛은 거실, 주방 겸 식당, 침실 2개,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거실에서 남향의 시원한 뷰를 즐길 수 있고 주방 겸 식당은 밝은 분위기로 꾸며 아이가 있는 가족도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구기동 125-1 공동주택이 보이는 독특함이나 건축 요소의 재해석은 역설적으로 상품으로서 기능할 필요가 없는 사택이라는 특징, 직장동료들이 함께 지내는 공간이라는 특징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복도식 통로의 경우 신원을 알 수 없는 이웃이 아니라, 내 직장의 동료라는 이미 확보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한다. 발코니, 1층 마당 역시 전용면적단위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분양 수익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물일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구기동 125-1 공동주택은 공동주택이라는 주거형태가 지닐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 구성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간삼건축 관계자는 “각 가구 내의 발코니와 거실, 바람이나 빛을 내부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보이드 복도, 마당으로 이어지는 연결되는 공간으로 이웃들이 삶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며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시선이나 밥 짓는 냄새, 정겨운 소리 등 많을 것을 공유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이자 이웃으로 조금 더 친밀하고 정겨운 이웃사촌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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