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안면 모션 캡처 솔루션 회사인 하이퍼센스는 지난 17일 글로벌 게임개발사 에픽게임즈에 인수됐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채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센드버드는 지난해 1,000억원의 투자 자금을 확보해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도 창업 이후 1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모두 5~10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한국계 기업(K스타트업)이다.
18일 서울경제가 개최한 제4회 서경인베스트포럼의 강연자로 나선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인으로 무궁무진한 인재풀과 정부의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꼽았다.
조 대표는 창업 초기를 회상하면서 “UC버클리대 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석사를 마친 인재가 월급 5,000달러(약 550만원)를 받고 일하겠다며 찾아왔었다”며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초기 스타트업들도 우수한 인재들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 인력풀이 넓은 곳”이라고 말했다. 원거리인 텍사스나 뉴욕·시애틀 지역의 인재들도 실리콘밸리에서의 근무를 희망한다. 특히 인도나 중국·유럽계 사람들이 많다.
차트메트릭을 포함한 K스타트업의 활약도 이런 환경 덕에 가능했다. 차트메트릭은 음원 순위와 판매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토대로 전 세계 230만명 가수들의 빅데이터를 수집·가공해 제공하고 있다. 소니뮤직·애플뮤직을 비롯한 대형 음반사들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같은 SNS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도 주요 고객사다. 조 대표는 “매년 100%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의 성장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이 없는 투자환경도 성장의 기폭제다. 조 대표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 규모가 크다 보니 제약이 많다”며 “실리콘밸리는 될성부른 회사라는 평가를 받으면 모든 투자가 제한 없이 이뤄진다”고 전했다.
그렇다 보니 K스타트업의 활약도 눈부시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스윗테크놀로지는 고객사들의 입맛에 맞게 사내 소통 및 업무를 지원하는 맞춤형 채팅 툴을 제공한다. 이들이 만든 메신저 기반 업무 플랫폼은 현재 구글·애플·트위터·위워크 등 약 6만여개의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 중 하나인 ‘스타트업 그라인드 글로벌 콘퍼런스 2020’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스타트업’에 꼽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상원 대표가 이끄는 퀵소(Qeexo)는 터치센서 기반의 머신러닝 솔루션 업체로 중국 알리바바와 화웨이 등 글로벌 대기업들에 터치스크린 기술을 제공한다. 이밖에 아이들의 수학공부를 도와주는 에누마(Enuma), 자동 광고집행 플랫폼과 애드클라우드(Ad Cloud)를 운영하는 광고 스타트업 모로코 등도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