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267250) 부사장이 이번주 중 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할 경우 부사장 승진 3년 만에 사장에 취임하게 되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올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 부사장의 사장 승진 인사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발표는 이르면 이날 혹은 늦어도 이번 주 중 나온다고 전해졌다.
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정 부사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와 AI, 수소·에너지 사업의 청사진을 그리는 ‘미래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재계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을 총괄·관리하는 임무를 맡음으로써 정 부사장이 명실상부한 그룹 경영의 승계자로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사업 전반을 직접 챙기는 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중공업그룹의 변화 속도는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른바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앞세우며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았지만 신사업 부문에서는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리더십을 통해 기존 사업 영역에 발을 딛고 있는 동시에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으로 무장하고 미래형 기술과 사업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기선 사장은 1982년 생으로 대일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그해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길에 올라 MBA 과정을 수료한 후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에서 경영에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
이후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한 이후 2014년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승진했다. 이어 2015년에는 전무로 승진, 2017년 부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겸했다.
특히 정 부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며 경영 능력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유·무상 정비와 부품교체, 수리, 개조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로, 정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난 2019년 말 기준 매출액은 8,090억원, 영업이익은 1,085억원이다. 2017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403억원, 56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매출액은 3배 이상, 영업이익 역시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2016년 12월 설립을 주도하고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꼽혀왔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급성장시키며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올려놓은 점을 미뤄볼 때 경영 능력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