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코로나에 까다로운 비자조건...하이엔드 인재영입 걸림돌로

500대 기업 1년 이상 근무경력 등

요건 갖춰야 'E-7' 취업비자 나와

해외 AI분야 학부생 영입 못하기도

#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삼성전자 연구 통합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임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설득을 거듭한 끝에 승 소장을 AI 사령탑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승 소장은 한국을 포함해 13개 국가에 자리한 15개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와 7개 AI센터의 미래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 연구를 관장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등 디지털뉴딜 관련 사업을 이끌 ‘하이엔드(high-end) 인재’ 영입을 위해 해외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DNA 부문을 이끌 리더급 인재를 채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산업에 대한 통찰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국내 인재가 워낙 드물어 해외 유명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리더급 인재를 영입해왔다.


해외 개발자 영입전은 프로야구의 외인 용병 채용을 방불케 한다. 국내의 한 핀테크 기업은 페이스북으로부터 수억원대 연봉과 사이닝 보너스(계약 보너스)까지 주고서야 팀장급 개발자를 영입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기업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해외로 찾아가 본인 연봉보다 2배 높은 급여를 제시하고 가족들에 대한 복지까지 ‘풀 패키지’로 약속해 인재를 데려오기도 했다. 국내의 한 ICT 기업 대표는 “솔직히 국내에서 최상위급 능력을 갖춘 DNA 분야 개발 인재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강력한 자금력으로 인력을 싹쓸이하고 있어 해외 인재를 영입하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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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로 나가기도, 현지 인력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도 어려워지면서 해외 인재 구인난이 더 심화하고 있다. 국내의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인재 영입이 기업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형국이라 인사부서에 맡겨두는 게 아니라 대표까지 나서 백방으로 뛰고 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고급인재 리크루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비자 조건이 해외 인재 영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CT 분야 해외 인재는 ‘특정활동(E-7)’ 취업비자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우수인재 유치 차원에서 정한 특별요건은 △세계 500대 기업 1년 이상 전문직종 근무 경력자 △세계 200대 대학 학사학위 소지자 등이다. ICT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촉망받는 AI 분야 학부생을 영입하려고 시도했지만 한국 땅을 밟은 적이 있는 석박사에게만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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