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입 맥주가 돌풍을 일으켰던 편의점 주류 냉장고를 이제는 ‘곰표 밀맥주’나 ‘말표 흑맥주’ 같은 국내 수제 맥주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에 따르면 이달 편의점 업계 사상 처음으로 국산 수제 맥주의 매출 비중이 국산 맥주 매출의 10%를 돌파했다. 수제 맥주가 편의점에 등장한 지 약 3년 만이다.
그동안 편의점 맥주 시장은 수입 맥주가 전체 시장의 최대 60%를 차지해왔다. 반면 40% 남짓한 국산 맥주의 매출에서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수입 맥주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본 맥주의 인기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입 맥주의 성장세가 꺾였고, 그 자리를 국산 수제 맥주가 차지하게 됐다.
실제 CU의 국산 수제 맥주의 매출 신장률은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7월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1.5% 늘었다. 특히 CU가 구두약 제조업체 ‘말표 산업’과 협업해 지난달 출시한 ‘말표 흑맥주’는 단기간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오비맥주나 칭따오 맥주 등을 제치고 전체 맥주 매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홈술이나 홈파티 문화가 확산한 것도 수제 맥주의 인기에 한몫을 했다. BGF리테일 측은 “대형 제조사 맥주는 ‘테슬라(테라+참이슬)’나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 등 소맥 폭탄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다”며 “최근 회식이나 모임 등이 사라지면서 개성 있는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수제 맥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CU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산 맥주 중 대형 제조사 맥주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26.5% 신장한 반면 국산 수제 맥주의 매출은 546.0% 급증했다. 전체 맥주 매출 중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6%까지 확대됐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개성 있는 맛과 향을 가진 수제맥주가 편맥족들을 사로잡으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국내 브루어리들의 품질 높은 수제맥주에 CU의 상품 기획력과 노하우를 접목해 신선한 맛과 재미있는 컨셉트의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